그리고 그 그림일기를 훔쳐보는 PM
새 직장에 들어가면, 앞으로 님께서 할 일이라며 사수나 관리자가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ing 중인 업무라면 앞 서 그 업무를 했던 사람이 어떻게 돌아갔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게 되죠. 그걸 인수인계라 하는데, 인수인계받을 때는 정말 신기하게 다 알겠거든요? "그래,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조렇게 해라! 이거잖아!" 하고 다 알 것만 같은데, 어째서 업무를 실제로 하려고 하면 내 머릿속엔 온통 물음표만 가득한 건가요. ㅎㅎ 1n연차의 저도 이러는데 쌩 신입인 디디님은 오죽했겠습니까.
2주 동안 정신없이 인수인계를 받고, 드디어 마지막 날. 디디님의 사수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아 보이는 텐션으로 출근했다고 합니다. 조기 퇴근 -> 퇴사 -> 해외여행 이 아름다운 순서를 위해 엄청 큰 캐리어까지 끌고 온 우리의 퇴사자. 저는 그런 퇴사자를 보며 태국 가서 뭘 먹고 어딜 가라 이런 말을 떠들어댔던 것 같은데, 디디님은 마지막 인수인계날에 만감이 교차했던 모양입니다. ㅎㅎ
사실 디디님이 인수인계를 받는 2주 동안은 저희가 영상 촬영 때문에 모두 외근 중이었던 터라 제대로 디디님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걱정했죠. 이상한 회사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입사했는데 사람들이 모두 외근이라고 나가고 퇴사를 앞둔 사수와 단 둘이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 안 하는 게 이상해! 라면서 말이죠. 역시나 디디님의 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디디님을 걱정(?) 해 주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 심지 굳은 디디님은 "외근이시거든?"이라며 꿋꿋하게 2주 동안 열심히 인수인계를 받으셨군요. 감격.
공항에 가야 해서 조기 퇴근 하는, 마지막까지 오예스러운 우리의 오예 멤버 퇴사자와 마지막 점심을 즐겼습니다. 저요? 저는 그저 맛있는 게 많아서 신나서 먹었고요. 퇴사자와는 마치 휴가 다녀올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함께 했습니다. 아쉬움의 멘트들은 이미 여러 날에 걸쳐 서로 토해냈기 때문에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을 두고 떠나는 퇴사자의 마음은 어땠는지 다음에 만나면 한번 물어보도록 할게요. 디디님은 여러 가지로 걱정이 쌓였던 모양이지만, 역시나 우리의 파워 J.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착착착 계획하여 진행하는 모습에 파워 P인 저는 그저 감동이랍니다.
아참, 인수인계받을 때의 꿀팁. 인수인계받을 때 동영상을 찍어두세요! 동영상 찍을만한 것이 아니라면 클로바노트같이 자동으로 스크립트까지 만들어주는 어플로 녹음을 해서 정리해두세요.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전임자가 전달하는 인수인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