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흔들릴 땐 흔들려도 괜찮아

by 오융

하루가 멀다 하고 높아지는 하늘은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제법 서을한 가을바람과 함께 상념도 많아진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나
이렇게 살아가도 되나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닐까


선택하지 않은 지난 보기들과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들을 재고 또 따져보고,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조금 더 나았을까,

답 없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되뇌어본다.


예전의 나는 이런 문제와 직면하려 하지 않았다.

이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시기적으로 오는 건지,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나오는 건지,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에서 나오는 건지 생각하지 않았다. 불안의 원천을 생각하지 않은 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런 감정을 피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나의 우울함과 불안감도 소중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럴 때가 있구나', '내가 지금 위로받고 싶구나'라는 깨달음으로 그 감정들을 받아들여본다.

이제는 제법 감정의 끝까지 내려가 불안의 이유를 알아낼 줄 알고, 누군가에게 기댐으로써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은 혼자서 견뎌내야 하는 내 삶임을 안다.


혼자서 고요히 생각에 잠긴 채 불안을 받아들인다.

충족되지 못한 나의 인정 욕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욕구의 결핍에서 오는 우울을 인정해본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불안 中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흔들리고, 파도가 치면 파도를 따라 출렁이는 것처럼

그저 가만히 마음에 귀 기울여보기로 한다.

누구나 불안하고,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본다.


사춘기든 중년의 위기든 갱년기든 모든 과도기는 탄생의 형태를 내포한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향하는 문턱을 넘는다. 명백하게 정의된 역할과 삶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어떻게든 '표준'에 맞추면서 안전성을 보장받고자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더 불안해져만 간다.
(...)
과도기의 창조성과 연결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성과 판단을 '탈표준화' 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더 이상 그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고,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으며 나아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과정을 그냥 견딜 뿐 아니라 긍정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약간의 지식과 함께 솔직하고 열려 있고 초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中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넘어갈 때, 명확한 영역에서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 불안이 나타난다. 무엇이 좋은 일이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다. 사실 나쁜 일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일 테니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결국은 다 잘 될 일이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내가 나를 초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가치 없다 여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만은,

나를 믿어주자.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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