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어 더욱 그리운 날들
이천십칠 년 십일월 이십삼일. 올 해의 첫눈이었다.
수줍은 듯 소복이 내리다 사라지고 만 것이 아니라 망설임 없이 펑펑.
가을인 듯 겨울인 듯 애매하던 계절감에, 나 이제 정말 겨울이에요- 를 알려주는 것 같던 첫눈.
눈이 내리는 걸 보니 정말 겨울이다. 손 끝이 시린 계절. 겨울.
이 맘 때의 신촌이 생각난다.
찬 공기와 매서운 바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조명, 복작거리는 분위기까지.
일상적으로 지나치던 그 풍경들이 어쩐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날이다.
"모일래?"라는 한 마디면 다들 어디에선가 나타나 테이블을 꽉 채우던 순간
5,000원짜리 삼겹살과 돼지껍데기만 있어도 깔깔대며 취하던 순간
과제가 많다, 조모임이 많다, 투덜대면서도 연애 이야기에 귀 쫑긋하던 순간
불확실한 미래에 한숨 쉬다가도 우린 잘 될 거라며 서로를 다독이던 순간
학생 / 고시생 / 취업준비생 / 사회초년생 / 직장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학생이라는 말로 표현되던 그때.
아무 때나 언제고 만날 수 있던 친구들과 후배들. 그 순간의 우리들.
첫눈과 함께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이 내려 앉았다.
우리 모두의 앞에는 여전히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인생을 매 순간 다시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와 더불어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中
어느 누구도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과거는 그래서 그립다.
당연한 일상처럼 느껴지는 오늘도 언젠간 또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 거다.
그러니,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26살의 첫눈.
언젠간 그리워질 오늘을 발견해본다.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