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홍 Aug 03. 2024

10화 언어는 무조건 인풋이다(1) - 중국어 편

야, 너두 할 수 있어! 4개국어.

내 인생의 숙원사업이었던 영어.

정말 그놈의 ”영어 회화“를 마스터하러 오는 데 까지 참 많이도 돌아왔다.


나는 이미 중국어를 0에서 시작해서 마스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좀 더 디벨롭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로컬 회사에서 현지 언어로 문서 작업과 회의 진행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을 마스터했다고 본다.


0에서 시작한 중국어 정복기


석사 개강 첫날, 멘붕이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 인생에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생각했던 첫날이었기 때문에.


정말 리터럴리 단 1도 못 알아 들었다.

내가 정확하게 알아들은 단어는 作业(숙제) 이 단어 하나뿐.


다른 동기들은 애초에 전공이 중국어인 데다가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데 반해

나는 어학원에서 중국어를 처음 접하고 뒤늦게 3학년으로 편입 후 HSK 5급만 갖고 석사에 붙어버린 케이스라 출발선이 달랐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학업 계획서를 잘 쓴 덕분에 면접 없이 붙어버린 케이스..

학교 홈페이지에서 내가 수강하게 될 과목들을 검색하고 각 과목 별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졸업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 건지 정말 구체적으로 적긴 했다. 당연히 다들 나처럼 쓰는 줄 알았는데..


출국 전까지 회화반도 다녔지만 줄곧 북경 출신 선생님한테 배워온 나는

권설음을 클리어하게 사용하지 않는 남방 발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서 일상생활도 어려움이 있는 수준이었다.

(남방 친구들은 항상 왜 자꾸 북경 사투리 얼화를 쓰냐고 남방 발음으로 고쳐줬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다니. 자존심 스크래치. 안되면 되게 하라!

당장 지도 교수님한테 연락해서 박사생 소개를 부탁했고 주 2일 3시간씩 수업 예복습 과외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언어 교환으로 만난 중국인 친구들과 무조건 나가 놀았다. 거의 중국인들이랑만 어울렸다.


처음엔 진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는데

3개월 차부터 귀와 입이 슬슬 뚫리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첫 조별 과제였던 교재 만들기. 지금보니까 유치원생이 한 거 같지만 외국인을 위한 타오바오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딕테이션의 중요성 : 나와 맞는 “배우”를 찾아라.


많은 학원에서 가장 강조하는 공부법이지만, 학생 입장에서 가장 하기 싫은 숙제.

하지만 정말 수천번 수만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방법이다. 1000% 입귀 뚫림 보장.


때는 겨울 방학. 비자 있을 때 하루라도 더 중국에 있자는 생각으로 한국에 가지 않았다.

외국인 기숙사에 혼자 남아할 짓이 뭐가 있겠나. 심심해서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1. 무자막으로 보면서 모든 대사 적고 찾아보기

*다행히 중국 드라마는 중국어 자막이 기본으로 딸려 나온다.

2. 실생활에서 내가 쓸 만한 건 따라 하며 외우고 직접 써먹기

*이걸 전문용어(?)로 쉐도잉이라고 하던데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쉐도잉 타깃을 정할 때 내가 동경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으로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 보다 자기한테 맞는 배우를 찾고 그 배우의 모든 작품을 보는 걸 더 추천한다.


중국인 친구들이랑 지내면서 발견한 건데 똑같은 지역 출신의 똑같은 중국인인데도

어떤 친구의 말은 더 쉽고 편하게 들리는데 또 어떤 친구랑 말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배우도 마찬가지. 나한테는 고원원(高圆圆), 마이리(马伊琍), 치웨이(戚薇)가 그랬고

특히 치웨이 배우의 필모는 몽땅 다 봐서 새 드라마 언제 찍나 기다리기까지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 바로 인내심이다.


드라마 한 회가 50분 정도인데 한 편 전부를 이런 식으로 공부하려면 최소 이틀은 걸린다.

성질 급한 한국인한테는 진짜 고통 그 자체다. 정말 내 주둥이를 때리고 울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이렇게 거의 매일 공부하면 정말 뇌에 쥐가 놔는 게 느껴질 정도로 한계가 온다.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는 수행의 과정이다.


하지만 苦盡甘來(고진감래)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와요.


이 겨울 방학 이후로 귀와 입이 뻥~ 뚫렸고 심지어 한국인 특유의 억양 없이 입이 뚫렸다.

택시 기사도 새로 만나는 중국인들도 내가 한국인인걸 말하기 전에는 한국인인지 눈치를 못 챌 정도였으니!


어학 시험 필수 : 한국 주입식 교육도 장점이 있다.


어학 시험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인풋만 되고 아웃풋은 안 되는 건데

이걸 따지기 전에 아웃풋이 있으려면 일단 인풋을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빨리 미친 듯이 인풋 하는 법, 한국식 주입식 자격증 시험공부법.

게다가 한국만큼 학원 강의와 교재가 질 좋고 가성비가 좋은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어학 시험 필수 루틴 단어 딸딸 외우고 쪽지 시험 보고 틀린 거 다시 딸딸 외우기.

주요 빈출 표현과 관용어, 문법 구조 딸딸 외우기. 딸딸 외우기 X 100 무한 반복.


혹자는 이렇게 머리에 넣은 단어는 휘발성으로 날아간다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이렇게 무식하게 때려 넣고 위의 다른 방법을 병행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적어도

난생처음 보는 단어는 아니어서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 들지 생소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렇게 1년을 지내니 HSK 6급 듣기는 그냥 술술 다 들렸다.


나는 누군가 중국어 공부법을 물어보면 이 방법을 알려준다.

남들보다 언어 공부하는 걸 즐기기는 하지만 정말 이게 전부다.


I’m not a genius, I have no shortcut to learning languages.

I simply found ways how to enjoy the process, how to turn language learning from a boring school subject into a pleasant activity,

which you don’t mind doing every day. The best news is, it’s available to any one who is willing to take the learning into their own hands! ;)


다음 편에서는 나의 영어 공부법과 실제로 호주에 와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고 있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몽땅 소개할 예정. 많관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