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는 건너뛸까 생각했었어요. 지금 병원에 있거든요. 살다 보니 병원에서 설을보내는 날도 있네요.
병원도 설날은 설날인가 봐요. 병실이 많이 비었더라고요. 구정이 지나면 또 다 채워지겠지만 퇴원하신 환자분들이라도 행복한 구정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빈 병실을 바라봅니다.
어젠 친구들이 제 뒷바라지를 한다고 반찬, 빵, 믹스커피, 종이컵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에 와서는 하염없이 우는 제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요 근래는 좀 힘들었나 봐요. 내 인생 참 가탈이 많단 생각이 처음 들었거든요.
내 인생은 왜 이리 기구하냐하소연 하는 제게
그런 소리 하지 마. 네 인생 전혀 기구하지 않아
라며 혼내듯이 말하는 친구의 단호한 말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고 느껴지는 요즘, 제가 아직 평범의 범주에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의 말이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시누부부, 친오빠부부)과 두명의 친구들에게 알렸습니다. 시누부부에겐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만 얘기했는데 '교모세포종' 검색으로 절 찾아 의도치 않게 글밍아웃이 되어버렸네요.
시누부부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오빠에게 글을 쓴다 이야기 했어요. 친구들이 제 글을 보다 눈물이 나서 더 못보겠단 얘기를 하면 "너무 무겁게 보지마. 안그래도 세상 일 힘든데 너무 감정이입해서 볼 필요 없어"라고 말해요. 그리고 이 마음은 제 글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랍니다.
제가 남편과 병원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친오빠가 전화를 걸어왔어요. 이런저런 상황을 듣던 오빠가위로의 말과 함께 브런치 연재 그만두거나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쓰라고 먼저 이야기하더군요.
잠시 중단하려 했던 제 맘이 꼭 들킨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가 더 이상 힘내겠다는 댓글을 달기가 어려워 독자분들께 대댓글도 달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항암도 연재도 사업도 모두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현재가 과거가 되는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당분간 글이 좀 올라오지 못하거나 늦어도, 혹은 글이 짧아져도 양해 부탁 드릴게요. 다만 내일 연재는 기존에 써두었던 다른 일화를 약간 수정해 정상적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위로의 말은 넣어두셔도 괜찮아요. 댓글을 남겨주셔도 제가 답글을 달 여력이 좀 부족해서요.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진심으로 행복한 설날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