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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22. 2023

아홉 가지로 나뉘었어도 하나의 연못이 된다


중국 정(鄭)나라에 계함이라고 하는 신통한 점쟁이가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죽고 사는 것이나 흥망성쇠를 귀신같이 알아냈다.

그 능력에 감탄한 열자(列子)는 자기 스승인 호구자(壺丘子)에게 그 점쟁이에 대한 칭찬을 하였다.

호구자는 열자에게 겉으로 드러난 외양을 보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 도를 깨치지 못했느냐며 열자를 책망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도를 가지고 그 점쟁이와 실력을 겨뤄 보이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열자는 그 점쟁이를 데려와서 호구자를 만나게 하였다.

그러자 점쟁이는 열자에게 “당신의 선생은 곧 죽을 것이오.

나는 당신의 스승에게서 물기에 젖어 축축한 재를 보았소.”라고 하였다.

열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스승에게 점쟁이의 이야기를 전하였다.

그랬더니 호구자는 “조금 전에 내가 그에게 생명이 없는 흙덩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를 다시 데려와 보아라”라고 하였다.




다음날 열자가 다시 그 점쟁이를 데리고 호구자를 찾아뵈었다.

호구자를 만나고 나오면서 그 점쟁이는 “다행이오.

당신의 스승은 나를 만나 병이 낫게 되었소.

확실히 생기가 솟아올랐소.

나는 막혔던 게 열리는 것을 보았소.”라고 하였다.

열자가 그 소식을 호구자에게 아뢰자 호구자가 말하였다.

“조금 전에 나는 그에게 하늘과 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기가 올라오고 막혔던 게 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가 좋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한 번 더 그를 데려와 보아라”라고 하였다.

다음날 열자가 다시 그를 데리고 왔다.

이번에는 점쟁이가 나오면서 열자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

“당신의 선생님은 가만히 앉아 계시는 듯하지만 상(相)이 고르지 않아서 관상을 봐 드릴 수 없습니다.

상이 고르게 되면 다시 관상을 봐 드리지요.”하면서 도망치듯이 나가 버렸다.

열자가 이 사실을 스승에게 아뢰자 호구자가 열자에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크고도 텅 빈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는 나의 평형 상태를 보았을 것이다.

내가 계함이라는 점쟁이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모습들은 모두 나의 모습들이었다.”라고 하였다.

호구자는 자신이 다양한 모습을 보인 것을 물이 다양한 곳에서 흘러오지만 하나의 연못을 이루는 것으로 비유하였다.


“맴도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고, 고요한 물이 모여 연못이 되며, 흐르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고, 솟아오르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며,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며, 밑에서 스며 나오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며, 여러 갈래가 합쳐진 물이 모여 연못이 되고, 흘러가는 물이 모여 연못이 되며, 여러 갈래의 물길이 모여 연못이 된다. 이 아홉 가지 연못(九淵)에서 볼 수 있듯이 물은 여러 모양으로 변하지만 하나의 연못을 이룬다.

물뿐만 아니라 내 모습도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지만 결국 나는 하나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얼굴이 여러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황당한 얼굴, 당황한 얼굴, 흥분하며 기대하는 얼굴, 초조한 얼굴 등 내 얼굴은 여러 모양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 모든 얼굴들은 다 내 얼굴들이다.

내가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과 같다.

사람들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내 가면을 보고 그게 곧 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면 뒤에 숨어서 내가 누구인지 잘 보여주지 않는다.

제아무리 용하다는 점쟁이라고 하더라도 내 모습을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내가 보여주는 만큼만 나를 알고 있을 뿐이다.

나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99프로이다.

겨우 1프로의 정보를 가지고 마치 나를 다 아는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다.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아는 체하지 마라!”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누가 뭐래도 나는 하나의 연못을 이룰 것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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