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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사람이 제일이다

by 박은석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의 이론들을 모은 책 <리더스 윈도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전쟁을 치르던 1779년 때였다.

영국군의 우세한 화력 앞에서 미국 독립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에서의 전투는 무척 치열하였다.

전력상 우위에 있었던 영국군은 미군에게 엄청난 포격을 가했다.

미군 측에서는 점점 더 상황이 위태로워질 게 뻔해 보였다.

그때 미군 지휘관인 딜런 대령이 병사들에게 외쳤다.

“돌격하라! 가장 먼저 영국군 진영에 깃발을 꽂는 자에게 100기니를 주겠다!”

100기니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딜런 대령의 명령에 반응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서로 눈을 돌리고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참호 안에 깊숙이 몸을 숨길 뿐이었다.

그 모습에 실망한 대령은 병사들을 향해 겁쟁이라며 욕을 퍼부었다.




그때 한 하사관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다.

더 이상 대령이 퍼붓는 욕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령님! 대령님은 지금 병사들에게 엄청난 실수를 하신 겁니다.

병사들을 모욕하신 것입니다.

저희는 지금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목숨을 바쳐야 하는 일에 대령님은 돈을 거셨습니다.

저희 목숨을 돈으로 바꾸자고 한 것입니다.

대령님은 저희의 목숨을 그깟 100기니의 돈으로밖에 보지 않으신 것입니다.

저희는 100기니를 얻기 위해서 목숨을 걸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돈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며 명예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후 그 하사관은 참호 밖으로 뛰쳐나갔고 총탄을 뚫고 영국군 진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부대원들도 일제히 그 하사관의 뒤를 따라 영국군 진지를 향해 달려 나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 것 같다.

돈이 있으면 잘못을 저질러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사람도 살 수 있다.

어디에서나 돈을 많이 준다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쪽 면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돈으로 다 되는 세상이 아니다.

돈이 있어서 법망을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돈이 있어도 양심의 그물망은 빠져나갈 수 없다.

돈이 있어서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는 있지만 돈이 있어도 자식에게 지식과 인성을 심어줄 수는 없다.

돈이 있어서 사람을 살 수는 있겠지만 돈이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돈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돈이 있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또 다른 한쪽 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돈인 것처럼 보인다.

돈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돈으로 변화된 사람이 사회를 변화시키니까 결국은 돈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상황이 돈으로 유지되고 운행된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회의 한쪽 모습일 뿐이다.

돈이 사람을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어딘가에 서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고 사람을 본으로 삼고 사람을 따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깨닫는 날이 온다.

돈으로 안 되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변화시켜간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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