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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27. 2023

나의 글쓰기는 나의 본능이다


2020년 5월부터 2023년 초까지 3년 넘게 매일 글을 썼다.

정확히는 한 이삼일 빼먹은 날도 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고 그 마음을 실천했다.

글쓰기가 짐이 되지 않게 하려고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되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쓰기로 했다.

매일매일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칼럼 한 편을 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다.

구독자가 한 명씩 늘어남에 따라 글 쓰는 재미도 쏠쏠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만 3년이 되었을 때 천 편이 넘는 글이 나왔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는 줄 알았다.

2023년에 접어들면서 매일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었다.

글쓰기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를 빼먹는 날이 생겼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빼먹기도 했다.

글쓰기가 습관인 줄 알았더니 글 안 쓰기가 습관이 되었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해야 하는 날처럼 ‘글을 써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되뇌다가 잠들어 버리는 날들이 생겼다.

글을 안 쓰는 날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강박증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안 써도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세상은 내가 글을 쓰든 안 쓰든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언젠가 이 글이 멈출 것을 예견했다.

황동규 선생의 <즐거운 편지>를 인용하면서 언젠가 글쓰기가 멈추더라도, 그때 나의 글쓰기 자세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점점 글 안 쓰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정말로 글 안 쓰기가 습관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전에는 글을 쓰는 게 마음 편했는데 점점 글을 안 쓰는 게 마음 편해지고 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라가는 글이 띄엄띄엄이다.

글을 못 쓴 날들이 마치 벽에 뚫린 구멍처럼 흉하게 보인다.

벽이라면 시멘트로 막을 수도 있지만 빈 날은 막을 길이 없다.




이쯤에서 나의 글쓰기 자세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책을 내기 위해서 쓰는가?

그건 아니다.

물론 책은 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글쓰기 목적이 책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 쓰는가?

물론 글을 쓰다 보면 내 지식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러려고 글을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떤 사람은 글의 힘을 믿는다.

문필력이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글이 사람을 움직인다.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가 연설을 잘했다고 하는데 연설 못지않게 그의 글이 당시 독일 사람들의 마음을 장악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도 글을 통해서 사람들을 휘어잡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나의 글쓰기는 돈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권력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쓰기에 연연하는 것일까?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명확한 답이 없다.

누가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냥.’ 이 말이 참 좋다.

둘러대기에 이보다 편한 말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은 어떤 말 못 할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도 ‘그냥’이라고 면 상대방은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도 ‘그냥’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따지고 따진다면 글쓰기는 본능이라고 하겠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를 보라.

그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 시대의 글이었다.

그 어두컴컴한 동굴 벽에 왜 그림을 그렸겠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렸을 것이다.

본능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본능이 나에게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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