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나잇살이라고 하지만 뱃살이 맞다.
살찐 거다.
양손으로 뱃살을 잡으면 한 줌씩 잡힌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없었던 증상이다.
10년 동안 10Kg 넘게 늘었다.
고기 한 근이 600g인데 내 몸무게가 10년 동안 근 스무 근 늘었다.
그동안 얼마나 잘 먹었으면 이렇게 늘었을까?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먹기는 잘 먹었나 보다.
적어도 하루 한 끼는 밖에서 먹으니까 하루 식사비를 2만원이라고 치면 1년 동안 내가 먹느라고 쓴 비용은 2만원 x 365일, 즉 730만원이다.
이보다 더 먹으면 더 먹었지 절대 덜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 본다면 지난 10년 동안 내 뱃속으로 들어간 식사비만 해도 7300만원이다.
우리 집 4식구의 지난 10년간의 식비를 모두 합치면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에 집 한 채는 얻을 수 있었겠다.
이러니 먹고사는 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살고 먹는다는 말을 쓰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잘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늘려온 뱃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중계의 숫자가 82를 넘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먹으면 83, 84로 계속 늘어날 것만 같았다.
운동하기 좋은 여름이기도 해서 지난 7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살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하루 1만 보 걷기를 휴대폰에 설정해 놓았다.
목표를 달성하면 휴대폰에 메시지가 뜬다.
달성하지 못해도 메시지가 뜬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도전하자는 메시지가 뜬다.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
부지런히 걷고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하기도 한다.
밤에는 실내 테니스장을 찾아서 땀을 흠뻑 흘렸다.
그렇게 운동하고 와서 밤에 먹으면 어떡하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서 밤에 먹는 일도 줄였다.
틈나는 대로 산에 올랐다.
산에 가면 적어도 몇 시간은 걸을 수밖에 없으니까 살을 빼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다.
살은 금방 빠지지 않는다.
10년 동안 10Kg이 늘었으니까 조금씩 늘어난 거다.
빠지는 데도 조금씩 빠진다.
지리산 45Km를 종주해도 고작 2Kg 빠졌다.
다음날 밥을 잘 먹었더니 거의 원상복구 되었다.
살 빼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먹는 양을 조금 줄이고 땀 흘리는 운동을 2~3일 간격으로 계속했다.
그랬더니 기분 좋게도 몇백 그램씩 빠지기 시작했다.
1Kg, 2Kg, 3Kg 빠지더니 어느덧 6Kg까지 빠졌다.
더 빼고 싶은데 이 정도에서 2주 넘게 머무르고 있다.
지금은 76Kg대를 유지하고 있다.
70Kg까지 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여름에는 땀 흘리며 살을 태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가을에는 잘 먹고 살을 찌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당장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잘 먹고 잘 찔 것이다.
여름에는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 청계산, 관악산 등을 누볐는데 가을에는 갈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틈틈이 산에 다니다 보니까 사람들은 내가 산을 굉장히 좋아하는 줄 안다.
그건 아니다.
무슨 고민거리가 있어서 산에 가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아니다.
산에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살 빼기 위해서다.
다른 운동들은 조금 하다가 지치면 그만하자는 생각이 든다.
산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산에 오르면 일단은 내려올 때까지는 계속 걸어야 한다.
물론 지치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지치더라도 그 자리에 그냥 머무를 수는 없다.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가야 한다.
그렇게 몇 시간 걷고 내려오면 살이 빠진 걸 느끼게 된다.
물론 산에 내려와서 밥 한번 먹으면 곧 다시 찐다.
고무줄처럼 살이 빠졌다가 늘었다가 한다.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 체중이 줄어간다.
여름을 지내면서 82Kg에서 76Kg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한두 번만 더 산에 가면 75Kg대에 접어들 것 같다.
그런 기대로 오늘도 배낭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