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을 때 잘 하는 게 최고다

by 박은석


몇 해 전, 논산천안고속도로를 타고 올랑오다가 이인휴게소에 들러 갈비탕을 먹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니까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이었다.

갈비탕의 양도 많았고 맛도 일품이었다.

당장 우리 동네에 갈비탕집을 차려도 성공할 것 같았다.

포장 판매도 하고 있어서 대여섯 봉지를 구입해서 몇 사람에게 나눠줬다.

이렇게 맛있는 갈비탕은 누군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브런치스토리에 ‘휴게소 갈비탕도 명품 갈비탕이 될 수 있다(https://brunch.co.kr/@pacama/649)’라는 제목으로 소개도 했다.

그후로 논산천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이인휴게소가 보이면 잠깐 멈추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번번이 식사 때가 아니라서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셨다.

언젠가 촐촐할 때 이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면 반드시 이인휴게소에서 갈비탕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주에 전세버스를 타고 전라도 쪽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을 때쯤 논산천안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버스가 출발한 지 한 시간을 조금 넘긴 때였다.

휴게소에 들르기는 할 것 같은데 이인휴게소보다 정안휴게소에 멈출 것 같았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이인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겠다고 한다.

아마 생리적 현상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나로서는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재빨리 내려서 부지런히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들어서는 동료에게 여기서는 갈비탕을 꼭 먹어봐야 한다며 으스대기까지 했다.

아무한테나 알려주지 않는 고급정보인데 나만 따라오라고 어깨에 힘을 꽉 줬다.

한식코너 쪽으로 가서 메뉴판을 살펴보면서 갈비탕이 어디 있나 살펴보았는 이상하게도 갈비탕이 안 보였다.

여기 말고 식당이 더 있나 둘러보았지만 식당은 그게 전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선생님 여기 갈비탕...”

“없어졌어요.”

아주머니는 내 눈도 쳐다보지 않으면서 매몰차게 다섯 음절로 말을 끊어버렸다.

아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옆에서 명품 갈비탕 맛 한 번 보려고 서 있는 동료와 시선이 마주쳤다.

쪽 팔리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표현인 것 같았다.

내가 뻥 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내 배는 꼬르륵거렸고 입에서는 군침이 돌았고 머릿속에는 갈비탕을 들고 집ㅂ에 들어섰을 때 반가이 맞아줄 가족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그 다섯 음절을 듣는 순간 비누거품이 톡 터지듯이 내 상상도 톡 꺼져버리리고 말았다.

무슨 일일까?

망했을까?

맛집인데, 명품인데 망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왜 없어졌을까?

아주머니에게 더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바쁜 사람 붙들고 말을 붙일 수가 없어서 그냥 돌아섰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작년 여름 지난 어느 때 그만둔 것 같다.

고속도로 휴게소이지만 맛집이라고 소문났었는데, 장사 잘되었을 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만두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고객님께 감사하다거나 가게를 어느 쪽으로 옮겼다는 메모도 없는 걸 보니 그만둔 지 꽤 된 것 같다.

오래 갈 줄 알았는데 처음 먹은 갈비탕이 마지막 갈비탕이 되고 말았다.

하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

불변의 진리라고 하는 학설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학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한다.

천년왕국이라고 했던 신라도 흐지부지 사라졌고 로마의 영광도 퇴색되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잠재웠던 칭기즈 칸의 말발굽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잠시 흥했다가 곧 사라진다.

그러니 나중을 기약하기보다 지금, 있을 때 잘 하자.

들를 수 있을 때 들르고 먹을 수 있을 때 먹었어야 했다.

그게 최고였다.

지금 있을 때 잘 하는 게 최고다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