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소개, <만약 내가>-에밀리 디킨슨

by 박은석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다시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If I Can> - Emily Dickinson(1830~1886)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나도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하라고 했다.

나도 내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이름값을 하며 살라고 했다.

나도 내 이름의 값어치를 높이고 싶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라고 했다.

나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 이름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다.

큼지막한 돌에 새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놓는 이름이고 싶다.

그러면 내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밀리 디킨슨은 150년 전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애머스트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학교는 짧게 다녔다.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조용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 줄 문장으로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을 달래주었다.

한 줄 문장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달래주었다.

헛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고 노래한 대로

헛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시 한 편 소개, <타인의 아름다움>-메리 헤스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