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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있을까?

by 박은석


‘취준생’이나 ‘공시생’이라는 말이 조만간 국어사전에 오를 것 같다.

사람은 일을 안 하면 살아갈 수가 없는데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고 싶은 데서 나를 뽑아주지 않는다.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을 찾아 계속 도전하는 취업준비생이 우리 주위에 즐비하다.

가늘지만 길게 인생길을 가자며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을 바라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9월에 학교 운동장에 텐트가 쳐졌고, 국내 30대 기업 입사설명회가 열렸었다.

학교마다 할당된 인원이 있었는지 간단한 면접을 거친 후 곧바로 10월부터 출근하라는 합격통지를 받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수업 출석을 안 하더라도, 기말고사를 치르지 못하더라도 졸업장을 발급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에서나 있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의 문이 너무 좁다.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중소기업은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 보니 공무원 자리가 보인다.

나나 너나 앞다퉈 노리고 있으니 자연히 경쟁률이 높아진다.

경쟁률이 높아지니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시험의 난이도도 덩달아 높아진다.

막상 실전에는 별 필요도 없는 체력장 같은 것도 시험과목에 포함되기도 한다.

야심차게 도전했다가 한 번, 두 번 낙방하는 청춘들이 너무 많다.

작년에도 취준생이었는데 올해도 취준생이다.


어디 가서 취준생이라고 하면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괴롭다.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 나이 들어서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사회가 나를 몰라주는 것에 서운할 것이다.

결정권자를 찾아가서 내가 뭐 때문에 떨어졌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도 없다고 하던데 떨어진 사람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을까?

도저히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번 드는 생각이라고는 ‘어떡하지?’라는 것뿐이다.


1863년 프랑스의 살롱전에서 떨어진 화가 마네도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살아가는데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우리의 국전 격인 살롱전시회에서 처참하게 탈락한 것이다.

명성도 구겨졌고 그동안의 노력도 허사가 되었다.

‘이대로 끝나야 하는가?’ 하는 깊은 고민 속에 있을 때 그와 같이 탈락한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전시회를 열자는 말들이 오갔다.

그래서 역사 속에 처음으로 떨어진 자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조금 좋은 말로 표현해서 ‘낙선자들의 전시회’이다.

탈락한 작품들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 싶었지만 바로 그곳에서 근대 미술의 문을 여는 인상파 화가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마네, 모네, 드가, 르느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고흐, 고갱, 세잔, 피카소가 줄줄이 등장한다.

미술계의 판이 바뀌게 되었다.

떨어진 자들의 전시회 때문이다.

주구장창 탈락하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하지만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단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에디슨도 전구를 발명하려고 2천 번이나 실패했다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안 되는 비결 2천 번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실패라는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단지 성공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리게 되는 한 장애물일 뿐이다.

그 장애물을 넘어가든지 쓰러뜨리든지 돌아서 가든지 어쨌든 지나가게 되어 있다.

나에게 희망이 있나 없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계속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인생은 결국 성공한 인생이 된다.



ps.)

글 쓰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실까 해서 오늘부터는 제가 쓴 글을 그림파일로 첨부해드립니다.

아래한글 프로그램 기본 편집여백을 사용합니다.

글씨는 함초롱바탕체이며 크기는 10포인트입니다.

기본 4개 문단으로 하고 각 문단은 9줄로 맞췄고 문단 첫 줄에 들여쓰기 10포인트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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