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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딸의 첫 등굣길
by
박은석
Mar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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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6년 만에 낳은 딸이 어느덧 크고 커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얼마 전에 새 교복을 입어보고는 예쁘다며 연신 셀카를 찍고 앉아 있었다.
내가 살짝 엿보니 자기 모습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아빠에게 딸이란?’ 무슨 대답이 필요할까?
무조건 예쁘지.
나중에 어떤 놈이 낚아챌지 모르겠지만 그놈은 분명 복 받은 거다.
그렇게 기다리던 개학일이 되었다.
처음으로 고등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마음이야 얼마나 흥분될까?
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밥은 대충 먹고 가방 메고 인사한다.
“잠깐만!”
내가 다른 날은 그냥 보내지만 개학일이나 입학식 날은 그냥 보내지 않는다.
나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아내를 부르고 셋이서 꼭 껴안고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한다.
새 학년인데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게 해 달라고, 좋은 학생이 되고 좋은 친구가 되게 해 달라고, 건강하고 지혜롭게 지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제는 자기 엄마보다 더 키가 커버린 딸이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장아장거렸는데.
그때의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아빠! 아빠!”하고 외치며 달려오고 품에 안기던 아기였는데.
이제는 얼굴에 뽀뽀할 수도 없고 품에 껴안기도 어려운 숙녀가 되었다.
그러니까 개학일에 느끼는 감회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의식도 앞으로 몇 번밖에 남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컸으면 좋겠지만 시간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자동차가 시동을 켜서 속도를 높여가는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올라가서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 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라고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들이라고 해서 시간이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생은 어떤 존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치부해버린다.
그래서 고등학생의 거의 모든 나날들은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다.
당장 아내는 아이가 문과를 택해야 할지 아니면 이과를 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성향은 문과인데 문과는 대학 졸업 후에 취직이 어렵다고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이과를 지원하는 것도 마뜩지 않은 듯하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대학입학을 위해서는 아이의 성적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렵다고 한다.
그것에 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말에 입이 다물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무슨 말인가 하려면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말만 듣게 된다.
그래도 내 고집은 계속된다.
지금은 문과가 인기가 없지만 머지않아 다시 문과가 인기 있을 것이라고 열을 올린다.
조만간에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등장할 텐데 인간의 모든 기술적인 일들은 로봇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만의 특출한 영역인 인문학적인 일들이 다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취업 생각을 하면서 진로를 결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내 마음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딸아이가 살아갈 미래사회가 어떤 사회일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라는 복음성가의 가사처럼 내일은, 미래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내 딸도 그랬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등학생의 시간에 충실하며 매일매일 그 시간을 즐기는 학창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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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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