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간다.
건강 체크를 하기 위해서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몸이 짱짱했다.
건강의 이상증후도 없었다.
시력은 1.5에서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안경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흰머리도 별로 안 나는 줄 알았다.
내시경 검사를 하면 깨끗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작년 초에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가슴이 살짝 출렁거렸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게 나왔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은 이 나이가 되면 이제 관리해야 한다며 일단은 잠자는 시간을 6시간 이상은 확보하고 1주일에 두세 번은 땀을 흘릴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하라고 했다.
음식으로 조절할 수 없냐고 했더니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며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운동을 해야 조절된다고 의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흘 이상의 장기간 동안 약을 먹게 됐다.
그리고 독한 마음을 먹고 하루 만 보 걷기 운동에 돌입하였다.
두 달만에 찾아갔더니 조금 좋아졌다며 다시 두 달 치 약을 처방받았다.
조금 좋아졌다니까 다음에는 끝나려나 했는데 두 달 후에 또 두 달 치의 약을 받았다.
아직 정상궤도에 뭔가 부족한 것 같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했다.
자주 걷고 몸을 혹사하지 않고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의사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
이제 정상치를 회복했다며 이번에는 2개월 치 약을 준다고 했다.
‘이런! 이러다가 평생 먹는 건가?’ 그렇게 나의 일상에 하루 한 알의 약 복용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 병원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건강 챙기는 일이고 “참 잘했어요”라는 말을 듣는 게 나을 테니까 말이다.
지난겨울에는 운동하기도 부담스러웠고 나 개인적으로도 조금 바빴다.
새로이 공부하는 것도 생겼고 게으름도 늘었다.
당연히 운동량이 줄었다.
얼마 전에 병원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만 살이 쪄 보인다고 운동 안 하고 있냐고 물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못 속인다.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그렇다고 하니까 운동 열심히 하라고 따끔하게 말한다.
“네!”하고 대답을 하는데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의사선생님의 얼굴이 여태껏 내가 보아 온 얼굴보다 굉장히 통통해졌기 때문이다.
나이도 나와 비슷할 텐데, 자기도 건강 관리해야 할 나이인데 도통 신경을 못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의 눈을 못 속이듯이 그도 내 눈을 못 속인다.
하마터면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할 뻔했다.
의사라는 직업도 참 힘들겠다.
자신도 잘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조언해야 하니 말이다.
만약 그와 내가 한 식구라면 그렇게 똑 부러지게 충고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말만으로는 가르쳐지지 않는다.
삶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선생이 어려운 거다.
바닷게처럼 자기도 옆으로 걸으면서 새끼들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이야 누군들 못하겠는가?’,
‘세상 살아가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한번 해 보시지.’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들로 뒷담화를 하는 것도 다 그 까닭이다.
그래서 선생은 말보다 행동을 더 잘 해야 한다.
말이 없어도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도 말은 많이 하면서 실천이 따라가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마 내 주변 사람들도 속으로 ‘너나 잘 하세요’라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 말을 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전달된다.
위대한 스승은 위대한 언변가가 아니라 위대한 행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