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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07. 2021

세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1789년 프랑스혁명은 인류 역사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에 큰 획을 그었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세상의 주인은 왕이라고 생각했다.

왕은 하늘이 내려준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왕을 위해서라면 백성들은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만 했다.

왕에게 반기를 든다면 살아남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왕이 없어도 세상은 돌아갔다.

왕 대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갓 태어난 시민사회는 모든 면에서 낯설었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조심스러웠고 실수도 많았다.

왕이 있을 때는 왕의 말 한마디로 의견 조율이 끝났는데 시민사회에는 저마다 할 말이 많았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갈 지경이었다.

그래서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터였다.

결국 시민들의 대표를 뽑아서 대신 말을 하게 했다.

대표들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대표 한 명은 수백수천수만 명의 시민들의 입이 되었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완벽한 일이 없듯이 시민사회도 여기저기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목소리 큰 사람이 더 큰 힘을 가졌고 돈이 많은 사람은 그 돈으로 사람을 사서 자기편으로 만들기도 했다.

개인 대 개인 일대일로 마주하면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은 이길 수가 없었다.

일찌감치 왕은 사라졌지만 힘이 왕이었고 돈이 왕이었다.


이미 왕을 내친 경험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자기 머리 위에 다른 모습의 왕이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다.

혼자서 바꿀 수 없는 일들은 여럿이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찾았고 모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광장에서 터드렸다.

힘 있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돈 많은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고 했다.

공동체가 똑같이 나누고 누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실험정신이었다.

이 땅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할 것 같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이 더 깊이 뿌리를 내렸다.

일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들이 생겼지만 그럴 때마다 법을 수정하고 보완해갔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유토피아는 이 땅에서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많은 진통이 따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조금 나아지나 싶으면 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실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그러면 또 시민들이 나서서 실력으로 맞선다.

시민들이 대표로 뽑아주었는데 시민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불복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소환하기도 했다.

지난번에는 참았지만 이번에는 대표가 될 수 없게 하였다.

감히 시민들 위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을 그냥 보고 넘길 수가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 당연히 그분이 주인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신께는 정중히 양해를 구하자.

그러면 세상의 주인은 왕인가?

공동체인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인가?

여전히 이 세상에는 왕이 주인이라는 곳도 있고, 공동체나 시민이 주인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조금 더 있으면 인공지능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다들 자기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류는 긴 역사를 지내오면서 이 방법도 택해보았고 저 방법도 택해보았다.

지금 빛이 난다고 해도 그 반짝거림이 영원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자기가 세상의 주인인 양 행세해서는 안 된다.

왕궁과 콩코드광장은 지척 지간이다.(루이 16세가 머물던 튈르리 왕궁과 단두대가 놓였던 콩코드광장을 의미함.)

왕관을 올렸던 머리에 단두대가 놓이기도 한다.

세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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