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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1. 2021

후회 없이 오늘을 살자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시계를 본다.

이불 개고 세수하고 식사하고 옷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선다.

하루의 시작이다.

저녁이 되어 집에 오면 '오늘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없다.

그제가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다.

매일의 반복이다.


뱅뱅 돌아가는 궤도열차처럼 스물네 시간이라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공간을 맴돈다.

넉넉하게 쉴 틈도 없다.

한 번쯤 멈추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전기가 들어오고 신호가 오면 또 돌아야 한다.

훌훌 털고 그 자리를 떠나고 싶다.

이 궤도를 벗어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퀴가 철로에 물려 있어서 떠날 수가 없다.

떠나게 되는 날은 일생에 딱 한 번이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 오면 열차는 궤도를 벗어나 너른 공터로 옮겨진다.

그때는 마음껏 쉬어도 된다.

산들바람도 맛보고 파란 하늘도 실컷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이어서 아무 의미가 없는 삶 같은가?

그렇지 않다.

비록 지금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쳇바퀴를 돌리는 신세라고 하더라도 그렇게라도 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근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어느 순간 철창을 벗어났을 때 나무로 뛰어오를 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넣어주는 밥이나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쉬는 것은 아니다.

비록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후회 없이 뛰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넬슨 만델라는 흑인 차별 정책에 반대한 혐의로 무려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냈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도 매일 운동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언젠가 출소했을 때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를 위해서 건강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그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출소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시인 제인 케니언(Jane Kenyon)은 어렸을 때부터 조울증으로 고생했고 사십 대에 들어서서는 백혈병으로 투병하다가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매일의 삶이 고통의 반복이었겠지만 그녀는 그런 날도 무척 소중하다고 노래했다.

<어떤 하루(Otherwise)>라는 시에는 그녀의 그런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건강한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

아침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위대한 인생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다.

위인전을 보면 그들도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일을 하고 저녁에 잠이 들었다.

위인들의 일상이라고 해서 그 시대에 살아갔던 사람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의 삶을 소중히 여겼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상이 언젠가는 멈출 수도 있고 별 볼 일 없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만나는 사람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으며, 스쳐지나가는 생각조차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 삶이고 모이고 쌓여서 몇 년이 지났을 때는 남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위대한 생이 된 것이다.


‘그때가 좋았는데 왜 몰랐을까?’ 하며 후회한다고 지난날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

‘그때 후회 없이 살았어.’라는 말을 남길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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