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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3. 2021

웃어버리자! 웃어야 산다!


가끔 아내가 묻는다.

밖에서 즐거운 일 있었냐고.

재미있는 이야기 좀 들려달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내가 심각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내가 하는 일이 그래서 그런지 재미있는 일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대충 얼버무리며 그 자리를 모면한다.


그런데 조금 있으면 옆방에서 아이들과 아내가 까르르 웃는다.

뭐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높고 맑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려달라고 하면 곧바로 “옛날에 옛날에...”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이어간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웃고 만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데 나는 왜 웃음을 잃어버렸을까?

잃은 게 아니라 잊어버린 것인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뉴스를 보면 웃음이 안 나온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알게 되지만 얼굴은 더 굳어진다.




들리는 소식마다 심각한 이야기이다.

맨날 경제가 힘들다며 앞날이 걱정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는 10년 전에도 그랬고 20년 전에도 그랬다.

좋다고 할 때가 거의 없다.

하기는 좋은 뉴스보다 안 좋은 뉴스가 더 인기를 끈다고 하니까 그렇게 편집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안 좋은 말만 들으면 기분이 더 안 좋아진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듯이 안 좋은 뉴스는 안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낸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무엇엔가 화가 난 듯, 분이 풀리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우울한 기운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우울한 감정들은 개인과 가정을 뛰어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의 분위기에 따라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어떤 도시는 음산하고 무서운 기운이 감돌아 빨리 떠나고 싶은 반면에 어떤 도시는 활력이 넘치고 기분이 좋아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안정된 사회질서와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지면 도시가 밝아질 수 있다.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 길거리는 시끌벅적하고 활기에 찬다.

그런데 그것들보다 도시를 더 밝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와 입가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다.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 <기쁨의 도시(City of Joy)>에서 나는 그런 도시를 보았다.

아무리 가난한 도시일지라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면 그곳에서 살고 싶어진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죽음의 도시’라 불렸다.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우울함이 가득했고 툭하면 다뉴브강에 뛰어들어서 생을 마감했다.

큰 위기감을 느낀 시 당국은 시민들을 위해서 서커스 공연을 열어주고 라디오를 통해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미소 학교(Smile Club)’까지 설립하여 운영하였다.




웃어야 살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 중요한 진리를 먼저 알고 온 나라에 퍼뜨리려고 했던 인물이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다.

그분은 

갓난아기의 방그레, 

젊은이의 빙그레, 

늙은이의 벙그레

웃는 얼굴을 

한국인의 마음 표정이요

얼굴 표정이 되게 하자고 가르쳤다.


집집마다 방 안에 ‘빙그레’라고 써 붙이고 공원이나 사거리에는 웃는 얼굴의 그림이나 조각상을 세워서 전국에 미소운동을 일으키자고 하였다.

위대한 스승이요, 시대를 내다볼 줄 아는 선각자이셨다.


웃으면 복이 온다느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느니 하는 말들을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정작 웃지 않는다.

잘 안 되면 배워서라도 웃어야 한다.

헝가리의 미소 학교에서 억지로 배운 웃음도 실제로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웃을 일이 없다고 계속 무표정하게 살 수는 없다.

웃는 시늉이라도 내자.

억지로라도 웃음소리를 내어야 한다.


웃어버리자.

웃어야 산다!

++사진은 제 아들 돌 때 찍은 사진이랍니다.
++지금은 한창 사춘기인데 여전히 웃는 얼굴이 귀여운 아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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