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우물만 팔 필요는 없다

by 박은석


나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올림픽 경기라고 하면 거의 모든 종목을 두루 살펴본다.

내가 그 운동을 할 수 있든 할 수 없든 그것은 별개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음악의 작곡자가 누구인지 무슨 제목의 음악인지 찾아본다.

미술은 벽창호였지만 아내가 미술을 전공했기에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춰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여러 책을 섭렵했다.

한때 등산 열풍이 불 때는 먼 산은 못 가더라도 가까운 산은 자주 오르내렸다.

누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 그 옆에 붙어서 맞장구를 친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라면 대한민국 중년의 사람 누구나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종교에 대한 관심도 많다.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인이고 신학을 공부하였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알려고 한다.

경전을 읽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경전을 해설한 책들은 가끔씩 찾아보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살아와서인지 흔히 말하는 오지랖이 참 넓다.

어지간한 일은 내 손으로 해결을 보려고 한다.

자동차 정비, 컴퓨터 해체와 조립, 집의 전기 배선 같은 것들도 스스로 직접 할 수 있는 일(DIY)은 내 손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내 손으로 해결되지 않고 일만 키울 때도 있다.

그런 것은 그냥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친다.

내 손으로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무모하다고 여겼던 일은 아마 화장실 변기를 뜯어낸 일인 것 같다.

오래된 빌라여서 그런지 수압이 약해서 자주 막히기에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뜯어보기로 했다.

뜯다가 만약 망가뜨리면 다시 시공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발생하는지 먼저 살펴보았다.

전문기사를 불러서 장착하는 비용이나 수리하는 비용이나 큰 차이는 없었다.

뜯어보았지만 특이한 점은 없었다.

그냥 수압이 약했던 것뿐이었다.

다시 시멘트를 바르면서 괜한 일을 했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내 아버지처럼 여러 분야를 찔러보면서 사는 것은 별로 이득이 없다.

한 분야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 훨씬 많은 이익을 얻는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성격이 이렇게 한 분야에 만족하지 못하니 어떡하겠는가? 이것저것 눈에 보이면 가서 만져보고 뜯어보고 고쳐보고픈 마음이 이는 것을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다.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성격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통 종교적인 색채가 깊은 책은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죄를 짓는 것 같고 양심에 찌르는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논어>를 비롯한 사서삼경에서도 감동을 받았고, 힌두교 신에게 드리는 기도시집인 타고르의 <기탄잘리>도, 고대 수메르인의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도 재미있게 읽었다.

심지어 이슬람교에 관한 책들도 여러 권 읽어보았다.




내가 이렇게 여러 분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그 분야에 몰입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내 나름의 줏대가 있고 신념이 있고 신앙이 있다.

내가 고수하고 있는 그 분야에만 몰입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성질의 사람이 아니다.

주변에 잡다한 것들을 벌여놓고 그 어지럽혀진 것들 중에서 내 생각에 맞다고 여겨지는 것을 꼽아가는 사람이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역사나 철학이나 신학이나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이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오면서 함께 발전해 온 것들이다.

그러니까 어느 것 하나라도 가까이하다 보면 오랜 인간의 역사를 느낄 수가 있고 인간 본연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수맥이 약한 곳에서는 마을에서 하나의 우물을 깊이 파내려가는 것이 낫겠지만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각자의 우물을 파는 것도 괜찮다.

우물이 어떻다느니 따지지 말고 파낸 우물을 잘 이용하면 그게 장땡이다.

++오늘이 대입수험일이네요. 작년 대입수험일에 쓴 글이 생각이 나서 링크를 겁니다.
수험생의 마음으로, 수험생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응원해요~~
https://brunch.co.kr/@pacama/16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