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해줘야 할 대상이다

by 박은석


‘사람’과 ‘사랑’은 참 많이 닮은 말이다.

발음할 때 혀가 꼬이면 사람인지 사랑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도 듣는 사람이 이해하는 이유가 있다면 사람이 사랑이고 사랑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 아닌 순간은 없다.

생명의 기운이 생성되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열 달 엄마 뱃속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태어나 소리를 지르고 세상을 디디며 두 발로 설 수 있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먹고 입고 잠자리에 눕고 배우고 익히고 자라는 것도 다 사랑 때문이다.

사랑으로 살아가다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의 꽃을 피운다.

나 한 사람은 하나의 사랑나무이고 나와 너, 사랑나무 두 그루가 만나면 사랑 나무 셋, 넷이 생기고 다섯, 여섯이 생겨 숲을 이룬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으로 바라보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지 않고 믿음으로 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나의 소원을 이뤄줄 것이라 기대를 한다.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보니까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었고 나에게 무엇이 필요할 때 그 필요한 것을 척척 채워주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봤을 때 앞으로도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변하더라도 이 한 사람만큼은 나에게 신의를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

언제나 내 편이 될 것이며 내 몸의 일부분처럼 내 곁에 꼭 붙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믿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가 곧 나이고 내가 곧 그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말이다.

남편은 내 편인 줄 알았는데 ‘남 편’이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

누가 사람을 믿으라고 했나?

사람은 믿을 대상이 아니다.

그냥 사랑해줘야 할 대상이다.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만큼 써먹기 좋은 존재도 없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사람이 살아갈 때 도움이 되는 도구가 3종류가 있다고 했다.

호미나 낫, 칼과 망치와 같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그 첫째 도구요, 소나 말처럼 소리를 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이 그 둘째 도구이다.

그리고 셋째 도구는 말을 할 수 있고 말귀를 알아먹는 도구인데 바로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 세 번째 도구를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고 ‘노예’라고 불렀다.

그런데 2천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을 도구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요할 때는 가까이 두었다가 필요가 없으면 냉큼 갖다 버리는 물건처럼 대한다.

그들은 입버릇처럼 “내가 너를 쓴다.”고 하면서 마치 자신이 대단한 존재인 줄 착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없으면 그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이다.




사람에게 쓸모없다고 말하는 자는 사람을 도구로 대하는 사람이다.

쓸모가 없다니?

사람은 어디에 쓰임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어디에 쓰이려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사람 자체로서 살아갈 충분한 존재의 의미가 있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사람을 믿음의 대상으로 대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약할 때가 있고 병들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지금의 모습이 10년 후에는 달라진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게 사람이다.

믿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다.


사람은 그저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잘 해도 사랑하고 못 해도 사랑해줘야 한다.

첫아기를 대하듯이 사랑해주면 된다.

뒤집기 하면 뒤집기 한다고 사랑해주고, 일어서면 일어섰다고 사랑하고, 한 발짝 디디고 넘어지면 한 발짝만큼 걸었다고 사랑해줘야 한다.


사람은 사랑해줘야 할 대상이다.

사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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