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지랖은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것일까?

by 박은석


오후 시간에 갑자기 식곤증이 몰려와서 정신이 몽롱해지길래 정신 좀 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 사무실이 한창 리모델링 중이어서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살펴보고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자리를 떴더니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사무실 의자를 주문했는데 물건이 도착하고서도 며칠째 포장도 뜯지 않고 있었다.

왜 그렇게 그대로 뒀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들은 조립을 할 줄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나중에 조립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꼴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인데 어쩌면 이렇게 나에게 딱 걸렸을까 싶다.

어려운 일 아니니 물건을 달라고 해서 뚝딱 조립해줬다.

의자라는 게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밑판에다가 바퀴를 달고, 기둥이 되는 봉을 끼우고, 그 위에 좌판을 올려서 끼운 다음에 등받이를 부착해서 육각볼트로 조이면 된다.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괜히 생색을 냈다.




일과를 끝내고 집에 와서 뭘 좀 하려고 했는데 아들이 컴퓨터 모니터가 안 켜진다고 했다.

자신 있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단 케이블을 뽑았다가 다시 끼우고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들은 자리를 비켜준다고 산책을 나갔고 나는 본격적으로 컴퓨터와 실랑이를 벌였다.

전원 케이블의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까 컴퓨터 뚜껑을 열고 이것저것 만져봤다.

먼저는 비디오카드를 뽑았다가 끼워보고 다음에는 메모리를 뽑았다가 끼워봤다.

얼굴에 땀이 흘렀다.

수리센터에 보낼 걸 괜히 건드렸나 싶었다.

그래도 일단 내 손으로 해볼 것은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그깟 컴퓨터가 뭐 대단한 거라고.

고작 사람이 만든 물건이니까 어지간한 사람은 고칠 수 있다는 게 내 신념이다.

역시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다.

부품들을 뺏다가 먼지를 제거하고 다시 끼웠더니 모니터에 신호가 잡혔다.

시간을 보니 그럭저럭 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식구들이 모두 집에 들어왔다.

이제 내 나름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또 나를 부른다.

천정에 벌레가 있다고 한다.

냉큼 가서 보니 어떻게 들어왔는지 딱정벌레 한 마리가 천정에 붙어 있었다.

아까 내가 베란다의 문을 조금 열어뒀는데 그사이에 들어온 것 같다.

우리 집 창문 밖에는 소나무가 가지를 뻗고 있다.

그만큼 자연의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그런 환경 때문에 이렇게 딱정벌레 같은 것들이 종종 들어온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온 불청객이다.

주인이 초대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추방해야 한다.

냉큼 그 딱정벌레를 크리넥스 티슈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렸다.

이제 정말로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 같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가버렸지?




하루 스물네 시간이라고 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스무 시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네 시간 정도를 도둑맞은 기분이다.

그냥 모른 척하고 내 할 일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지나가다가도 무슨 문제가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어떤 때는 쥐뿔도 모르면서 괜히 아는 척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훈수를 두다가 낭패를 당한 적들도 있다.

그래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듯이 내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

이런 것을 오지랖이라고 하던데 오지랖 같은 것 없어도 살아가는 데 별 무리가 없을 텐데 나는 오지랖을 대단한 벼슬인 양 품고 살아간다.

덕분에 옆에 있는 사람들은 이득을 보는 것 같다.

내가 대신 일을 처리해주니까.

근데 그게 이득일까?

오히려 내가 그 양반들의 일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 오지랖은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것일까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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