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 빼기 작전에 돌입하는 나의 마음

by 박은석


병원 한 곳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내 건강을 체크해보고 있다.

내가 건강에 관해서 꼼꼼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 의지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병원에서 나에게 처방해주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2개월, 때로는 3개월마다 약을 새로 받으러 가야 한다.

당연히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기에 병원에 들러서 혈압과 간수치 등을 검사한다.

내 생각에는 별 이상이 없을 것 같은데 의사선생님은 검사 후 나타난 수치를 가지고 나에게 조언을 한다.

그 조언이 어떤 때는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번 똑같은 말이다.

살 빼라는 말, 운동 많이 하라는 말, 잠을 충분히 자라는 말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나 스스로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편안하게 입었던 옷인데 요즘 꽉 끼는 것을 느낀다.

살 빼야 한다.

몸이 찌뿌둥한 날이 많아졌다.

운동 부족, 수면 부족이다.

근데 운동도 잠자기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내 비슷한 연배의 나와 키가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건강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보다 배가 더 나온 것 같고 더 살쪄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금이라도 당장 달리기를 하면 내가 이길 것 같다.

그러다가 탄천을 따라 걷다 보면 이번에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다리도 몸통도 온통 근육질이다.

땀을 잔뜩 흘리며 뛰어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뱃살도 없어 보이고 건강미가 넘쳐 보인다.

그들을 보면 내가 굉장히 몸 관리를 못하는 사람 같다.

의사선생님이 2년 전의 차트를 꺼내서 그때는 내 몸무게가 지금보다 3~4킬로그램 적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수치가 그렇게 적혀 있다.

2년 동안 내가 엄청 먹었다는 말이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살이 ‘확. 찐. 자’가 되어버렸다.




마음을 좀 독하게 먹고 살 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하루 만보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병행하고 있다.

흠뻑 땀을 흘린 내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땀을 흘린 만큼 몸무게가 줄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몸무게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라보는데 아침에는 조금 줄었다가 저녁에는 도로 원위치로 돌아온다.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몸무게도 회귀본능이 있는지 그 수치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 집 체중계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건 아닐 거다.

얼마 전에 체중계가 이상한 것 같다며 아내와 딸이 체중계를 바꿨다.

체중계는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아마 내 몸은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딱 두 움큼 잡히는 뱃살일 뿐인데 그것을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힘이고 능력이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까 자연스레 내 몸도 자본주의의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얼굴에 번지르르하게 기름기가 흘러야 잘 사는 것이고, 몸이 삐쩍 마르면 뭔가 부족하게 산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움켜쥐는 것보다 펴서 내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평생 움켜쥐고만 살았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더 많이 얻으려고만 했다.

거기에 맞춰 내 몸도 더 많이 살찌웠다.

이만큼이면 됐다.

이제는 나눠줘야 할 때다.

아까워하지 말자.

질량보존의 법칙이란 게 있지 않은가?

나에게서 빠져나가더라도 그 무게는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다른 사람의 무게를 빼앗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되돌려줄 때다.

나눠줄 때다.

누군지 모르지만 잘 가져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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