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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23. 2022

자신의 약함을 고백한 정지음 작가를 응원한다

<젊은 ADHD의 슬픔>을 읽고서


우리는 보통 자신의 좋은 면은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안 좋은 면은 남들에게 숨기려고 한다.

그런데 얄궂게도 나의 장단점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참 얄미운 사람이다.

장점은 말하기 쉽지만 단점은 말하기가 싫다.

그리고 그 단점이라는 것이 정말 단점인지도 알 수가 없다.

나는 나의 단점이라고 얘기하는데 듣는 상대방은 그게 단점이냐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수학을 잘 못해. 이번에도 90점밖에 안 되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단점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그 말하는 사람에게는 수학 과목이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남들은 그것을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와 나 사이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나의 장점이라고 여기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나치가 유럽에 해악을 끼칠 때 히틀러의 나팔수인 괴벨스는 끝내주는 연설가였다.

그가 강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면 그 자리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들이 오른손을 들고 "하일 히틀러!"를 외쳤다.

논리 전개가 뚜렷했고 자신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분명 연설은 괴벨스에게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 장점 때문에 전 세계가 피로 물들었고 숱한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희생되었다.

과연 연설 잘한 게 괴벨스의 장점이었을까?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은 절대 장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장점은 나에게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어야 하고 단점은 나에게도 안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안 좋은 것이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데 약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편이라면 그건 단점이라고 할 수 없다.

잘 듣는 장점이 된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성 어거스틴이란 사람이 있다.

그의 생애는 잘 몰라도 그가 지은 <참회록>이라는 책을 들어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는 꽤 여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10대 나이에 아들도 하나 낳았다.

똑똑했고 공부도 잘했다.

진리에 대한 탐구열도 높았다.

종교심도 깊어서 마니교라는 신비한 종교에 심취했었다.

그랬던 그가 한순간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방탕한 삶을 정리하였다.

수많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그때 그가 지은 책이 <참회록>이다.

누구나 존경하는 위치에 올랐는데 그는 자신이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고 고백한 것이다.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폭로하였다.

자신의 단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사람들은 어거스틴의 진면목을 보았다.

그런데 그로 인해 어거스틴은 더욱 존경을 받았다.




몇 달 전부터 알고 있던 책이 있다.

브런치 사이트에서 흘끗흘끗 봤는데 젊은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책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젊은 ADHD의 슬픔>이다.

심리학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ADHD라는 말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을 것이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자신에게 오래전부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픔 때문에 겪었던 아픈 일들을 하나씩 털어놓았다.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글로 옮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낫고 싶다고 치유되고 싶다고 절규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정지음 작가는 깊은 슬픔은 있어도 영원히 지속되는 슬픔은 없다고 했다.

홀로 운다는 건 홀로 인생을 배워보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그녀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녀의 꿈처럼 그녀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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