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내가 식중러가 된 이유
by
이자까야
Sep 17. 2020
아래로
허리가 아프다 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다니시는
할머니는 매일 아침 마당에
있는
화분들에 물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하셨다.
조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식물 잎사귀와 줄기에 물을 흠뻑 뿌리시곤 시든 잎사귀를 하나 하나 따서 꽃과 잎의 모양새를 예쁘게 다듬어 주곤 하셨다
.
딱히 마당이라고 부르기에 초라한 구석 한 귀퉁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분들은 할머니의 정성 덕분인지 빨강, 주황, 분홍색의 꽃이 사시사철 피었다.
제라늄은 할머니께서 제일 좋아했던 꽃이었다.
"저 귀찮은걸 왜 매일 하지?"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식물들에게 물을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어린 내겐 이해 가지 않았다.
식물을 키우려면 매일 물을 줘야하고 물을 주다보면 주변이 젖어서
축축해진다
. 그리고 화분에서 흙이 튀거나 쏟아져서 바닥을 닦거나 쓸어야한다. 화분에서 가끔씩 나오는 지렁이나 벌레는 끔찍하게 무서웠다.
"아니, 이게 웬 사서 고생이람?!"
6살이었던 나는 팍팍한 삶에서
자연이 주는 힐링이라는
선물
을 알 리 만무했다. 이 푸른 생명체들이 어린 내겐 그저 귀찮은 존재였던것 같다
.
이제 식물을 사랑하시던 할머니는 지구라는 별을 떠나셨고, 어리고 철없던 나는 세상의 단맛, 쓴맛을 아는 중년이 되었다.
지금은 내가 할머니처럼 수시로 물을 주고 시든 잎을 따며 식물을
가꾸고
있다.
종종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내리쳐 배신감에 몸서리 칠 때도 , 타인의 생각
없이 내뱉은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말에 마음이 베일 때도 나는 가만히 화분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렇게 속상할 때마다 우리 집 베란다며, 교무실 창가에 화분이 늘어만
가고있다
.
여긴 교무실인가 꽃집인가...
keyword
식물
화분
힐링
14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자까야
직업
교사
저의 글이 B급의 위트, 우스운 글일지라도 담겨있는 내용과 정보는 깊이가 있길 희망합니다. 또한 우울증에 울다가도 남들은 웃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도 함께 웃고 싶습니다.
팔로워
500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점심식사ㅡ샐러드와 캬라멜 마끼야또
일상이 여행이 된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