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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Nov 29. 2022

정신과 환자에 대한 일반적 단상(斷想)

정신과 환자인 나는 광년이?!

일반적으로 "정신과 다니는 환자"라고 하면 어떤 심상이 떠오르는가?


1.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


2 . 머리에 꽃 고 들판에 뛰어다니는 광년이.

(그러고보니 "광돌이"라는 말은 왜 없는가?)


3.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 "무엇인가 많이 모.자.란." 사람.


4. 집에만 처박혀 있는 히끼꼬모리.



누군가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2년째 정신과에 다니는 환자로서  나는 이렇게 대답할것 같다.


1, 2, 3, 4번  전부 다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니, 이게 무슨 성의 없는 대답인가...???


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도 아니고 관련 전공자는 아니므로 아카데믹하게 "정신과 환자"에 대해 정의 내리지 못함을 이해바란다. 그저 나는 일개 환자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주관적이고도 개인적인 설명


1.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

=>작년엔 생사를 오고가고 할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신체증상이 발현되었고 심할땐 공황발작이 5시간 넘게 지속될 때도 있었다.  먹을 수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 2주도 안되어 7킬로그램이 빠졌다.


신체증상이 심해지면 고통이 너무 심해 간간히  정신이 블랙아웃(black out)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작년 한 해 있었던 수 많은 일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


2. 머리에 꽃 고 들판에 뛰어다니는 광년이.

=>스트레스가 올라오긴하는데 내 몸이 "... 컨트롤 가능할 때"는 일단 뛰었다. 내 경우에는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을 해소하고자  심장이 터질 듯이 뛴 적이 많았다. 학교에서  정장차림으로  운동장에서부터 정문 으로 도주하 듯 질주하는   본  학생이 간증하길 "저 선생님이 미쳤나..?라고 생각했단다. (추운 겨울이어서 머리에 꽃은  없었다.) 


3.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 "무엇인가 많이 모.자.란." 사람.

=> 쿨하게 인정하겠다. 맞다.

극심한 우울감과 공황발작이 시작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특히 환청이 많이 들렸다. 때론 웅얼거리는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무시로 들리기도 했고,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불쾌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작년에는 난독증까지 생겨 글씨를 읽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 유독 힘들었다. 평생 책 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가 글을 못 읽다니...좌절  그 자체였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어느 정도 글을 읽고  수는  있다.)

우울증 및 신체증상과 더불어  약물 치료로 인해 운동신경과 기억력이 현저히 감퇴되었다. 그래서 10년을 넘게 해 왔던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타인과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4. 집에만 처박혀 있는 히끼꼬모리.

=> 작년 초엔 침실에서 베란다까지 나가는데 거의 3개월이 걸렸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베란다로 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혼자 외출이 불가능했다. 발작이 시작되면 자해를 하게 되었다. 주변이 폭격 맞은 듯 엉망이 되기도 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소리나 타인들의 목소리가 발작의 트리거가 되어 병원 진료 받는 날은  심봉사 마냥 눈을 가리고 귀마개를 하고서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더듬더듬 병원으로 갔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정신과에 다니기 전까지는 나도  정신과 환자들을 소위 "정신병자"라는 말로 통칭하며 평범  또는 보통의 사람 무리의 경계 밖의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미디어의 과장된 묘사로 인해 편견이 있기도 했다.


현재 나는 대학병원 약물치료와 개인 정신과병원에서 상담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병원엔 나같은 환자가 넘쳐나서 대기시간이 길기도 하고 예약하지 않으면 치료가 불가할 정도다. 혹시 내가 말한 위의 사항들 중 해당 사항이 있다면 나처럼 괜히 참기만 하다가 병만 키우지말고 꼭 치료 받길 강권한다. 물론 "좋.은. 병원",  "좋.은. 의사"를 만나야 조금이라도 호전될 수 있다.  내가 좋은 병원, 좋은 의사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다.


정신과도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처럼 병을 치료하는 곳이다. 따라서 선입관념을 갖고 치료를 미루질 않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호되게 겪다보니 이 오래된 속담이 괜히 있는게 아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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