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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Jun 17. 2024

직관으로 느껴버린 그 유명한 엘롯라시코

뜨겁다 못해 이글이글


어제는 집관하다 5시간 동안 손에 땀이 났다면 오늘은 직관하며 아주 숨이 다 찼다. 명불허전 '엘롯라시코'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이번 시리즈는 야구 입문 2년 차인 초보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집에 와서 씻고 오니 밤 11시인데 오늘이 가기 전에 남겨본다. (근데 쓰면서 오늘을 넘겼다. 30분만에 쓰려고 했는데 1시간 30분을 잡고 있었다.)


올 시즌 열 네 번째 직관. 집에서 낮 1시에 출발했다. 요즘 잠실야구장이 언제나 붐비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 도착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3시도 안 되어 도착했는데, 마침 잔망루피 굿즈를 할인하고 있어서 인형이랑 부채 샀다. 루피가 홈 유니폼 입고 있는 봉제인형이 왜 이렇게 귀여울 일인지. 심지어 이렇게 일찍 갔는데도 대기 줄이 있었다. 같던 머리띠도 스토어에서 샀다. 머리띠 처음 했다. 평소엔 한 번도 안 뽑았던 포토카드를 뽑고, 처음 생긴 엘생네컷도 야무지게 찍었다. 그래도 시간이 1시간 남아 입장했다.


처음 사본 포토카드.


이렇게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막상 경기 시작 전엔 오늘은 마음을 좀 비우고 응원하자고 남편과 얘기했다. 객관적으로 LG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선발 2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LG는 이번 주 세 번째, 그리고 이틀 연속 불펜 데이를 치러야 했다. 오늘 2군 경기의 선발로 등판하려던 이상영 선수가 1군으로 올라와 대체선발로 출전했고, 상대 롯데는 최근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했던 윌커슨 선수였다. LG는 어제 투수만 9명이 나왔고 필승조 김진성, 유영찬 선수도 이미 2연투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오늘 이상영 선수가 역할을 잘해줬고, 8회 등판한 김영준 선수는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한 주에 세 번 열린 불펜데이에서 결국 이런 선수들이 이름을 각인시켰다. 마음 비우고 응원하자던 우리 부부는 결국 마음을 비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여느 때처럼 세상 간절하게 경기 보고 왔다.


어제 LG와 롯데 경기는 무려 여섯 번의 역전을 거듭하며 1점 차로 끝났는데, 오늘도 만만치 않았다. 8회 초까지 5점 차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8회 말에 3점 따라붙었다. 그리고 9회 말에 2점을 내며 연장 승부를 만들었다. 10회 말, 신민재 선수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내며 경기가 끝났다.



오늘 경기는 매진이었다고 한다. 현장이 정말 뜨거웠다. 시즌 한복판에 치러지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막판으로 가면 대체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 걸까. 작년엔 초반부터 쭉 야구를 챙겨본 게 아니었다보니 어떤 흐름을 잘 알진 못했는데 올해는 매일 보고있는지라 이 모든 게 처음 가보는 길인 셈이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잠실야구장 중앙네이비 존이었는데, 1루와 3루의 중간 구역이다 보니 롯데와 LG 팬들이 섞여있었다. 주변에 귀여운 롯린이와 엘린이가 명씩 있어서 홈런볼 봉지씩 줬다. 롯데가 워낙 응원 화력도 좋고 응원가도 신나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5회 초 롯데 손호영 선수가 친정 상대로 3점 홈런을 때렸을 때부터 이 구역은 롯데의 함성이 좀 더 컸는데, 8회 말부터는 양 팀 모두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하며 단체로 머리를 싸매다가 환호하다 한 시도 차분할 수 없었다. 아웃 하나에 절반은 환호하고 절반은 절망하는 광경.


결국 어제는 8대 9로 졌고 오늘은 8대 9로 이겼다. 어제는 롯데 김태형 감독이, 오늘은 LG 염경엽 감독이 심판에 항의하다 4분 초과로 규정상 퇴장됐다. 2사 만루에서 LG 김범석 선수가 삼진을 당한 직후였는데, 감독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이라며 항의했고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현장에서 봤을 땐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이해되진 않았다. 역시 갈 길이 멀다.  



오늘 승리투수는 LG의 김영준 선수가 됐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가 1차 지명으로 뽑았지만 2군 생활이 길어졌고 간간이 1군에 올라왔지만 기회가 많진 않았다. 그러다 주요 선발진이 이탈하며 투수 공백이 생긴 오늘 같은 날 제대로 스스로를 증명한 거다.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무척 피곤한 관계로 이제 자야겠다. 다이나믹한 주말이었다. 브런치가 일기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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