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출입처 취재원 두 분과의 점심 미팅에선 흑백요리사 덕분에 수월하게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상대도 다 봤고, 나도 다 봐서 다행이었다.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하다 보면 분위기가 풀어진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나는 솔로, 흑백요리사 같은 대히트 작품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주제는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으로 넘어갔다. 뭘 했나 잠시 생각해 보니 어김없이 또 야구장에 있었다. 3월도, 4월도, 5월도, 한여름도, 그리고 9월, 10월도 주말엔 야구본 기억밖에 없어 다른 얘깃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이 정도로 직관을 많이 가진 않았기에 주말엔 이런 영화를 봤다, 뭘 샀다, 어디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에피소드를 돌려가며 풀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야구를 보고 왔다고 짧게 답했다. 굳이 자세히 말하진 않으려 했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안 보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또 야구는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기본적인 규칙도 팀도 아무것도 모를 수 있기 때문에(=과거의 나) 먼저 대화 주제로는 잘 안 꺼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마침 상대방 모두 야구팬이었고, 그 길로 쭉 야구 대화를 했다. 한 분은 한화 팬이었는데, 올해 마침 대전 구장도 가봤고 한화 선수들도 웬만하면 다 알고 있기에 신나게 한화 얘기에 동참했다. 재밌었다. 드라마 얘기할 때보다 훨씬. 미팅은 다음 주도, 그다음도, 앞으로도 계속된다. 누구를 만나든 당분간은 한강 작가 얘기가 빠지지 않을 테고, 쌀쌀해지는 날씨도 단골 소재겠다. 또 어디선가 야구팬 만나면 신나게 떠들어야지.
그나저나 남은 올해 한 번이라도 더 주말에 야구를 볼 수 있을까. 금요일인 오늘 저녁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결정된다. 예약출고한 이 글이 나왔을 땐 이미 결과가 정해졌겠다. 어떻게 됐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