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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희 Feb 03. 2022

장미의 도시2

며칠 전에는 미술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을 초대해 저녁을 같이했다. 이곳에서 수년간 홀로 지낸 아이들이라 생각과 정신이 강해진 상태다. 모처럼 편안했는지 와인 탓인지 아이들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늦은 시간까지 나를 엄마로 초대해 그들만의 대화에 끼이게 했다. 자신 있고 당당한 아이들을 보았다. 한편 불투명한 미래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현지인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이질감에 고민하는 딸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송이가 왔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관광할 생각도 없이 툴루즈에만 있는 나를 위해 얼마 전에 휴가를 내어 왔다. 마침 몸이 불편했던 터라 원하던 툴루즈 로트렉 박물관은 포기하고 음식을 하며 둘이 놀았다. 아이는 하는 일에 많이 지쳐 있었는데 특히 사람하고 관계가 쉽지 않아 고생하는 모양이었다. 맛난 것을 해주고 같이 누워 잠도 자고 했더니만 아이는 돌아갈 때쯤 다시 귀여운 모습 그대로였다. 돌아가서는 “아줌마 사랑을 담뿍 받고 와 한동안 겁나는 게 없을 거 같아요” 한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가엾은 녀석. 

 그러고 보니 이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가고 나면 오랫동안 빈자리에 마음을 주지 못해 딸아이가 고생할 것을 알고 있다. 혹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아이를 괜히 엄마가 와서 건들고 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우리가 언제 이처럼 긴 시간을 둘만이 보낼 수 있겠니. 생각하면 좋은 기회였지.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를 마중 가다 부끄럽게 마주친 청춘의 긴 입맞춤. 기다릴 엄마를 위해 타닥대며 나무계단을 뛰어 올라오던 아이의 발자국 소리. 서로에게 서운하여 눈물 흘리던 일. 함께 관람한 연극 ‘피노키오’. 며칠간 엄마를 위한 파리에서의 생활, 스물한 살 아들을 잃고 슬픔을 견디지 못해 죽었다는 어느 어머니의 묘비명. 다리 건너 조금 먼 까르프 가는 길까지.

 나는 벌써 이곳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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