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or 제너럴리스트?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전향하고 이제 3년차인가..
전향한 지 1년여만에 터진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작년에는 잠시 회사에 출근하기도 했으나
계약 포지션은 프리랜서였으니 2018년 12월에 S그룹을 퇴사하고는 쭉 프리랜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프리랜서 통번역사를 정말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전 회사를 다니면서 만났던 동료덕분에 프리랜서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되었고,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프리랜서 영상번역가로 엄청 잘 나가고 있었는데, 워낙 외향 터지는 성격이라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인하우스 통번역사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받는 일까지 하느라 매일 밤을 꼴딱 새고 왔다는 등 아주 바빠 보였다.
그 친구는 또 나에게 회사 월급쟁이로서의 삶, 월급만의 수입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준 친구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 친구 덕분에 주식에 눈을 떴고, 그 친구가 추천해줬던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 덕에 주식을 시작하고 첫 해에는 약 100만원의 수익, 2번째 해에는 약 500만원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었고, 3번째 해에는 약 2천만원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었다. (점점 시드머니를 늘려갔다)
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프리랜서로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원을 졸업한 2013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5년 이상 단하루도 쉬지 않고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출근을 했다.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쯤이면 바로 이직을 준비해서 다른 회사로 출근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 시절의 나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상태를 너무 두려워했고, 그런 상황에 처한 상태를 약간의 실패자처럼 인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무 회사나 다 지원을 했고, 공백없이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그래서 내 커리어에는 연관성이 없다. 첫 회사가 한국수력원자력, 두 번째 회사가 관세청, 마지막 회사가 삼성물산이었으니 말이다. 원자력에서 관세, 그리고 건설로 이어지는 커리어로 인해,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못하고 제너럴리스트가 되어버렸다..
뭐 워낙에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여기 저기 관심이 많은 스타일이긴 했다.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든다거나, 한가지에 푹 빠지는 일은 내 인생에서 거의 없었다. 여기 저기 다 발을 걸쳐 놓는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통번역사라는 직업이 천직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나이가 드니 생각이 바뀌었다. 매번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탐색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한 가지 분야만 정해서, 그 분야로 커리어를 쌓았더라면 조금 더 쉽고 수월했을텐데...
(이 글을 보시는 통번역사 지망생들은 꼭 스페셜리스트가 되세욤!)
나이가 들수록 기력도 쇠약해져서 통역을 20-30분 이상 하다보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기도 하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나는 안 그럴 것 같나요??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답니다...
몇 년 정도 그 시기에서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결국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일 것이다.
일단 몇 달 전, 몇 년 전에 했던 분야는 머리 속에서 리셋이 되어 버린다. 분명 나는 원자력회사에서 1년 반, 관세관련 회사에서 2년 꽉 채워서 근무를 했는데, 몇 년 지나고 다시 그 쪽 분야의 회사에 일을 하러 가게 되면, 그 회사에서 일한 지 몇 달이 채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보다 잘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심하게 오는 현타...
그래서 나는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한 가지~두가지 분야만 파야겠어!!
그리고 나는 그 분야를 법률로 정하게 된다...
일단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는 분야지만, 익숙해지면 반복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더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처음 몇 년만 고생하면 남은 몇 십년(?)은 편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일단 나는 그 결심을 한 뒤, 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법률번역 비학위과정을 수료했는데, 수업에서 강의하신 교수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법률번역쪽은 약간 스킬?에 가까우니 처음에만 고생하면 된다고..
아무튼 이렇게 법률번역 비학위과정을 마치고도 딱히 법률번역 일감을 막 수주하지는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용?"
"네 여기 ________법원인데요...뮤즐리씨 되시나요?"
"네...그런데요....ㄷㄷㄷ"
사실 법원이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이 순간 머릿 속을 스쳤다. (몇 번 받아본 적 있음ㅋㅋ) 그래서 '네 알았고요 관련 내용은 공문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말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보이스피싱 대응 매뉴얼을 알고 있징.)
그런데!! 법정통역을 의뢰하는 전화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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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우연하게 얻게 되는 기회에 관하여.."
부제- "큰 노력없이 시작하게 된 영상번역사/법정통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