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흠뻑 빠져보는 드라마가 있다. 몇 번이나 돌려볼 만큼 재밌다. 운전할 때는 드라마 ost를 찾아 듣고 그 배우가 나온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는 중이다. 한때는 장국영을 좋아해서 중경삼림, 화양연화, 영웅본색, 동사서독 등 홍콩영화에 빠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며 실제로 있다는 순수 박물관을 보러 이스탄불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취향이라는 것은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재미를 더해준다. 이게 지난한 인생을 견디는 우리들만의 꼼수다.
횡단보도에서 흰색만 밟고 지나가거나 멀쩡한 길 놔두고 화단의 돌담 위에서 균형 잡으며 걷거나 목적지까지 홀수 걸음으로 도착하거나 축지법을 흉내 내며 걷다 보면 어쩐지 더 빨리 도착하는 것 같지 않나. 남편은 이런 행동을 질색하지만 나는 재미있기만 하다. 노란색 찾기도 이런 소소한 놀이다. 늘 똑같은 일상에 깜짝 등장하는 반가운 손님처럼 여기저기서 내가 사랑하는 노란색을 찾는다. 보도블록 사이 활짝 핀 노란색 민들레, 단골 커피가게 문에 달려있는 노란색 스마일 장식, 새로 산 노란색 신발은 내게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포춘쿠키 속 쪽지 같다.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다. 그냥 포춘쿠키를 딱 열었을 때 좋은 메시지가 보이면 그 자체로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게 노란색을 좋아하다가 노란색 물건들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애기똥풀, 개망초, 민들레 등 노란색 작은 들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책을 읽을 땐 좋아하는 구절에 노란색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노란색 옥스퍼드 리갈 패드에 노란색 스테들로 연필로 사각사각 메모한다. 기분을 내고 싶을 땐 노란색 신발을 꺼내 신고, 가방엔 노란색 스마일리 열쇠고리가 달랑거린다. 그렇게 내 삶 곳곳으로 노란색이 스며든다. 노란색이 주는 희망과 기쁨이 여기저기로 퍼진다. 이렇게 노란색 물결을 타고 가면 인생이 더 재밌어질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건 건강하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힘은 삶의 곳곳에 양질의 양분이 된다. 좋아함을 타고 우리의 세상은 점점 넓고 견고해진다.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란 신발을 신고 출근한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따뜻한 카페라테와 스콘을 사 먹고 밤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