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날 때면 자주 비가 왔지. 자주보다 항상에 가까웠을지 몰라. 여행 짐을 꾸릴 때면 으레 비옷과 우산을 챙겨. 당연히 비가 올 거라 생각하니 비가 그리 밉지 않더라. 물론 해가 뜨는 날이 더 반가웠지만.
처마 밑에서 빗소리를 감상하고, 물웅덩이를 찾아 발장난 하고, 개구리와 달팽이를 만나고, 차창 밖 달리는 물방울들에게 '비지렁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우리의 여행은 무르익어갔지. 빗속에서도 우리의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우중 여행을 준비하는 법도, 즐기는 법도 나날이 발전하더라. 무슨 일이든 제대로 준비하면 이겨낼 만해. 어떤 때이든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어.
내리는 비를 우리가 어쩌겠어. 일어날 일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일어나고 말아. 투덜대지 말고 '비' 자체를 즐기렴. 빗속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즐기렴. 혹시 아니? <우중 여행을 즐기는 101가지 방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비를 사랑하자. 이 기적 같은 우연을 사랑하자. 인생이란 서핑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은 우연이라는 파도에 맞춰 즐겁게 춤추는 것뿐이야.
- 내리는 빗방울 수보다 사랑하는 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