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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Oct 04. 2024

천천히 가자


오늘 아침 하늘 보았니? 하늘이 이토록 순수하게 맑고, 무한히 파랄 수 있다니 감격스러워. 멜로디처럼 천천히 흐르는 구름 아래로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 진짜 가을이 왔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말이야.


이번 가을은 또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져. 기후변화로 언제 가을이 사라질지 모른대. 다시 못 볼 가을일지 모르니까 이 찰나를 흠뻑 즐겨두자.


마지막은 지나고 나서야 마지막인걸 깨달아. 난 이게 참 슬프더라. 그래서 모든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자고 다짐해. 뒤늦게 마지막이었던 걸 알아도 덜 아쉬울 수 있도록 말이야. 언제든 꺼내볼 있게 순간을 꼭꼭 새겨두고 싶어.  


'빨리빨리'가 미덕인 시대에 우리는 빠르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가끔은 그곳에 아무것도 없을까 두려워. 우리가 죽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잖아. 살기 위해 태어났으니 살아있는 순간들을 꼭꼭 음미하자. 삶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모으자.


파란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지긋이 바라봐. 그들의 기나긴 여행을 상상해. 자연의 음악에 귀 기울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실어 나르는 꽃향기를 즐겨봐. 저 멀리 사랑스러운 네가 오고 있어. 어제보다 한 뼘 더 커진 너를 꼭 끌어안아. 이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은 더 깊게 흔적을 남기는 법이니까.


빈 벤치에 앉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은 이런 순간들일 거야. 이런 쓸데없는 순간들이 결국에 우리를 구원할 거야.


좋은 날이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돌이킬 없는 시간들을 꾹꾹 밝으며 천천히 가자. 잡고.


- 너의 미소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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