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축 처진 어깨를 보니 나도 참 속상해. 하지만 우리 잊지 말자. 슬픔은 순간일 뿐이야. 다 지나갈 거야. 슬픔은 밤파도처럼 거칠게 우리를 휩쓸어가지. 무차별 기습 공격에 무너진 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파도도 일부러 너를 노린 게 아니고. 파도는 파도의 일을 했을 뿐이야.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원망할 건 없어. 넘어졌다면 잠깐 쉬어가자. 바람이 잔잔해질 때까지.
마음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졌다며 이제 슬슬 움직여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짜릿한 추리 소설을 읽어. 청양 고추를 썰어 넣은 뜨거운 라면을 후루룩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아몬드 초콜릿을 곁들여 우적우적 씹어 먹어. 통쾌한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다가 스르륵 잠에 들어도 좋아. 때론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니까. 슬픔을 새로운 기억들로 차곡차곡 덮으렴. 조금 더 기운이 난다면 이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슬픔을 더 멀리 떠나보내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다 해도 돼. 오늘은 무엇이든 면책이니까.
충분히 슬퍼했다면, 충분히 기운을 차렸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너의 튼튼한 두 다리로 슬픔의 바다에서 걸어 나오렴. 슬픔의 바다에서 너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너뿐이란다. 씩씩하게 걸어 나오렴. 그리고 늘 그랬듯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시작하자. 우리에겐 언제나 새로운 내일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