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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교집합

by pahadi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 취향은 너무 다르다. 나는 새우를 좋아한다. 남편은 새우를 싫어한다. 한 때는 새우를 싫어하더라도 새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함께 먹으러 가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새우를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 새우를 혼자 먹으러 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은 함께 즐겨도 혼자 즐겨도 좋지만 싫어하는 것은 혼자든, 함께이든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함께’라는 이유로 굳이 싫어하고 불편한 일이 쓸 필요는 없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낭비다. 그리고 ‘함께’나 ‘사랑’을 앞세워 불편함을 강요하는 일은 폭력에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먹는 새우보다 함께 먹는 새우가 좋기는 하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아! 새우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먹으면 된다. 제철 새우가 얼마나 맛있는지, 새우를 쉽게 까먹을 수 있는 비법이 무엇인지, 어떤 소스에 찍어먹는 게 가장 맛있는지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조심스레 "새우맛 괜찮아?"라고 물어볼 때보다 더더더 맛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 아무리 사랑이 넘친다고 해도 나의 모든 취향을 단 한 사람과 공유할 수는 없다. 새우 먹는 즐거움을 새우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고, '브로콜리 너마저' 콘서트는 '브로콜리 너마저'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고, 새로 알게 된 맛있는 원두는 커피 애호가 친구와 나누는 게 더더더 즐거울 것이다.

나의 취향을 조각조각내고 그 조각들을 교집합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즐기자. 취향의 교집합을 가진 사람들을 얼기설기 엮어가는 게 튼튼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이자 인생을 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물론 혼자 즐겨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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