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season 1_06
유대인들은 식탁에서 자녀를 가장 상석에 앉힌다고 한다. 아이들이 식탁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말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유대인 가정을 내가 직접 목격 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한 대화와 토론이 된다.
이를 ‘하브루타(Chavrusa)’ 라고 부른다. 질문과 대화를 통한 토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수직적인 권위를 깨야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보호자로서의 부모와 아직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아이들과의 관계는 상하 지시형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유대인들의 식탁문화를 존중한다. 물론 아이들이 대화를 모두 이끌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냥 들어주는 것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집 식탁은 정해진 자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가장 편안하고 가족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자리가 아이들 자리가 된다. 아이와 식탁에서 이것저것 이야기한다. 그러다 집안에서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이야기 하였고 그걸 종이에 써보자고 하니, 첫 째는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 삐뚤빼뚤 규칙을 써내려갔다. 아이가 5개를 쓰고 나와 아내가 5개를 썼다. 이렇게 우리집 규칙이 정해졌다.
현재 이 규칙은 대부분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것인데, 가족동의를 얻어 언제든지 또 변경할 수 있다. 난 쓴 글을 컴퓨터 한글 파일로 다시 작성해 프린트하고 날자를 적었다. 그런 다음 가장 중요한 우리집 낙관을 아이와 함께 찍었다. 이 순간 우리집 규칙이 공표된 것이다.
이 낙관은 3년 전 우리집 가훈을 정할 때 미리 제작해 놓은 것이다. ‘곤미정정(坤美正政)’ 우리집 낙관이다. 각자의 이름에서 하나씩 글자를 가져와 조합하여 만든 우리집 구성원들 모두가 약속해야 할 일들이 있을 때 찍는 우리집 승인 낙관인 것이다.
“땅을 아름답게 하고 올바르게 다스리자”라는 뜻을 가진 ‘곤미정정’은 우리 가족이 자신을 어떻게 가꾸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족철학이 담긴 말이다. 땅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 기초를 뜻한다. 또한 하늘 위의 이상이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세계이다. 이 땅이 곧 삶의 기준이 되는데 이 기준부터 탄탄하고 아름답고 올바르게 세워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가족낙관은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며칠을 고민했다. 이런 조합도 해보고 저런 조합도 해보고, 한 동안 우리 식탁의 화제는 낙관 만드는 것이었다. ‘곤미정정’은 가족 구성원 모두 맘에 들어 했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물론 둘째는 어려서 좋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의견이 모아지면 또 바꿀 수 있다.)
가족낙관의 문구가 결정되었으니, 낙관을 잘 만드는 곳에 의뢰를 했다. 여러 도장회사를 찾다가 본인이 손으로 파는 낙관 집을 찾았다. 조금 투박해 보이지만 서체에 기교가 없고 담백하게 표현하면서도 조형미를 추구하는 낙관이었다. 낙관집에 의뢰해 제작을 의뢰하고 일주일을 기다려 제작된 낙관이 집에 배달되었다. 첫째 아이는 말하던 것이 실제 실행되니 신기했는지 몇 번이나 낙관을 테스트로 찍었다.
우리집 규칙은 식탁에서 다함께 정한 것이라 식탁이 있는 곳에 항상 붙어 있다. 그리고 가끔 아이가 이를 어길 시 규칙 몇 번을 읽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소리 내어 읽는다. 가끔은 아이가 “아빠 규칙 1번을 읽어보세요.”라고 한다. 그럴 때면 나도 1번을 소리 내어 읽고 반성하며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낙관의 힘이 크다.
오늘 다같이 식탁에 모여앉아 가족 낙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