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물가에 가게 하라

자녀교육 season 1_07

by 두두그린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또한 틀린 말이다. 아이들을 물가로 데려가기부터가 이미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물가 근처에도 안간다. 아이의 하루 습관에서 이를 확인해보자. 남자아이의 경우 가방과 양말, 옷을 아무데나 벗어놓고, 보던 책과 장난감을 그냥 마구 펼쳐놓는다. 쓰레기도 손 가는대로 버린다. 처음 몇 번은 지적을 통해 실천하는가 싶다가도 금방 자기 멋대로 한다. 그리고 지적이 반복되면 잔소리가 되고 시키는 부모 또한 말투가 지시형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df859ce106cb14841a33e60c88375b6f.jpg?type=w1 사진이미지 © Alicia Beatriz, fotosdefloresyanimales.com


여자아이는 정리정돈을 잘하고 깔끔할까? 잘 알다시피 마찬가지이다. 그녀들은 핑크 공주 옷을 입고 수많은 장난감 장신구를 걸치고 왕국의 공주로서 도도한 삶을 살아간다. 부모는 아이들의 역할놀이 시녀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딸 바보 아빠는 왕국의 국왕이 아니라, ‘호구’ 하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물가로 데려갈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목이 마를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다.‘밥 먹어 밥 먹어 잔소리 할 필요도 없이 시간되면 밥 차리고, 먹든 안 먹든 시간되면 밥 치우면 된다. 세탁 옷은 벗어놓은 애벌레 상태 그대로 세탁기에 넣고, 뒤집어져서 건조기에서 나온 옷 그대로 접어서 옷장에 넣으라고 하면 된다. 좀 매정하게 보이겠지만 어찌 보면 최상의 방법이다.


둘째, 물가라는 것을 스스로 떠올리게 인식시키는 것이다.옷을 옷 바구니에 넣어야 세탁을 해주고, 식탁에 앉아야 밥을 준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어떻게 하면 될까? 직접 실천에 대한 것을 글로 쓰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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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인지하게 하고 싶다면 우선 각각의 쓰레기통에 이름을 쓰게 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깔끔한 것에 대한 것을 잠시 내려놓고 쓰레기통을 아이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자) ‘일반쓰레기’, ‘비닐, 플라스틱’, ‘종이’라는 이름을 직접 쓰고 각 쓰레기통에 붙이게 한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릴 때 자신이 쓴 종이를 눈으로 보고 스스로 분리수거를 하게 한다. 몇 번을 하다보면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습관이 잡힐 것이다.


photo_1.JPG?type=w1 두두그린의 자녀 쓰레기 분리수거 습관 들이기 © 두두그린


이러한 방법을 빨래 벗기와 숙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확대 적용한다면, 아이는 왜 이 행위들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특별히 크게 말하지 않아도 실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행위를 통해 자신이 지금 어떤 물가에 도달했는지 직접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습관들이 쌓이게 되면 일상 루틴이 되고, 루틴이 된 경험은 자존감을 높여 스스로 물가를 찾고, 달콤한 물을 마시게끔 한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여기가 바로 물가라는 것을 애써 가르쳐주지 않아도, 물가에 와서는 물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물가를 찾고 물을 먹는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 스스로 글을 쓰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년 전 첫째가 여름에 2박3일 캠핑을 가고 싶다고 자신의 다이어리 월간 페이지에 캠핑 날짜를 적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캠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결국 그 해 여름, 우리는 첫째가 적어 놓은 정확한 시기에 여름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는 이제 글로 쓰는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물가로 가면 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지하게 되었다.


photo_0.JPG?type=w1 첫째의 여행계획, 아이는 1월에 이 계획을 썼고, 실제 정확히 저 날자에 여행을 다녀왔다. © 두두그린


자녀에게 절대 다 해주지 말자. 금쪽같은 내 사랑스러운 자식들이지만, 부모의 보호를 떠나면 적자생존의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미리 용기와, 결단력과 판단력을 길러줘야 한다.


아이들 본인 스스로 물가에 인지하고 각각의 물가에 가면 어떤 물을 마실 수 있는지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철학이자 유산임을 잊지말자.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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