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1_03
십여 년 전 연애시절 아내가 내게 책 한권을 선물로 줬다. 법정스님의 책이었다. 책에서 법정스님은 난초를 선물 받고 난을 키우기 위한 서적을 읽고, 비료도 주며 정성들여 키웠다.
하루는 스님이 외출을 할 일이 있어 난초를 뜰에 내놓았는데, 장마를 걷어 올린 뜨거운 햇볕에 걱정이 되어 외출 나갔던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허둥지둥 산사로 돌아왔는데, 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생기가 없어졌다. 그 후 친구가 놀러왔기에 얼른 그에게 넘겨주었다고 한다. 그리고선 3년간의 얽매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바로 그 유명한 ‘무소유(無所有)’의 시작이다. 이 말은 사물을 소유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내라는 말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무소유의 참뜻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을 갖지 말라는 말이다.
‘Simple Life’, 요즘 추구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수많은 가구들과 사물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집값의 절반은 이 가구와 집기, 사물들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이다.
거실에 크게 놓여 있는 소파와 거대한 장식장과 책장, 각종 운동기구와 안마기, 크기를 자랑하는 가전제품들, 수많은 사물들을 소유한 덕에 이사철 엄청 큰 트럭에 차곡차곡 짐을 넣어야만 겨우 실을 수 있을 지경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소비의 습관, 물욕의 습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더 돈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물을 계속 모으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비습관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부자경영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온 집안의 바닥이 보이게 한 것이다. 바닥을 점유하고 있던 움직이기 어려운 것들을 모두 치우기로 했다.
우선 거실 전체를 둘렀던 책장을 없앴다. 그러면 그 많은 책들은 어떻게 했는가?
우선 2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책들을 모두 추려냈다. 그 중에 중요한 책들을 제외하고는 기증을 하거나 중고서점에 갔다 팔았다. 그리고서도 많은 책이 있었다. 이 책들은 벽에 선반을 설치하고 거기에 꽂았다.
애초부터 TV는 없었기에 TV장과 소파는 없었다. 책상 또한 넓은 벽 선반을 활용했다. (이 선반은 필요한 경우 조절과 이동이 가능했다.) 가구는 식탁 겸 테이블과 아이가 쓰는 피아노가 전부였다. 옷은 붙박이장에 넣었는데 마찬가지로 2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은 모두 추려내 중고매장에 기증을 했다.
모두 정리를 하니 기본형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피아노만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바닥을 비워내니 집이 아주 넓어졌고 먼지도 쌓이지 않고 청소도 쉬웠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다보니 물건을 사야한다는 큰 욕심이 사라졌다. 대신 책을 사고,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하며 나와 가족의 영혼을 살찌우는 일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비워냈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들과 옷들이 쌓인다. 나는 새로 생긴 물건과 기존 물건의 쓰임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기증을 하여 또 비워낸다. (기증을 하면 소득공제 효과가 대단하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비싼 집을 사고, 좋은 차를 사고, 비싼 물건들을 많이 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내 삶의 자유를 사는 것이다. 경제적 풍요로움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부자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는 목표이다.
다만, 물건의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날 때 더욱 의미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은 참이다.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가지는 것, 그리고 필요 없으면 또 비우는 것, 그래야 또 필요할 때마다 계속 채워진다.
그렇기에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이 부자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글 | 백 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