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이 천원

부자경영 season 1_01

by 백 곤
이미지출처 nespresso


십여 년 전 미술관 아카데미를 담당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아카데미 수업의 대상은 모두에게 열려있었지만 대부분이 기업의 사모님이었다. (사모님이라는 표현이 편견일 수도 있지만, 존경을 담아 높여 부르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엄청난 열의가 느껴졌다. 중년을 훌쩍 넘은 분들이 지각도 하지 않고 먼 길을 달려와 열심히 메모하며 강의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사분들도 더 진지하게 강의했다.


강의실 옆에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편의를 위해 캡슐커피를 팔았다. 당시에는 캡슐커피가 수입되지 않았을 때라 해외에서 직구를 해서 커피 캡슐을 공수해왔다. 커피는 한 잔에 이천 원을 받았는데 캡슐 가격이 만만찮았기에 정말 편의를 위한 것이지 판매 수익이 목적은 아니었다. 조금 일찍 강의실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천 원을 내고 커피를 마셨다. 간혹, 옆 동료의 커피 값까지 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각자 계산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사모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정말 천 원짜리 두 장을 미리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 필요한 만큼의 돈만 썼다. 어린 나이에 나는 약간은 구두쇠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 또한 부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들의 지켜보면서, 나는 그러한 편견을 깨고, 왜 이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해외에서 유명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내한했다. 표 한 장 값이 36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한 분이 그 표를 10장을 사서 동료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나중에 돈을 돌려받았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그때 충격을 받았다.


2천원과 360만원. 커피 값을 아끼기 위해 천 원짜리 두 장을 준비해오던 사람이 문화적 소양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고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다. 커피를 1,800잔 마실 수 있는 돈이었다.

돈을 아낄 때와 쓸 때를 아는 것.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는 것은 그 풍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철학과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말이다. 평상시 작은 것을 아끼고 검소하게 살지만, 제대로 삶을 즐길 때는 아낌없이 자신에게 투자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어줌으로써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삶. 그것이 내가 본 부자의 삶이었다.


단지 이천 원 때문만이 아니라 강의를 듣기 위해 아침에 먼 길을 달려와 하나라도 놓칠세라 메모까지 해가며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과는 전혀 다른 현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모님’을 접하면서 나는 ‘왜 이들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조금이나마 깨우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연히 운이 좋아 부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경영철학과 삶의 지혜가 없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부자가 부자인 이유가 있듯이 가난한 자는 분명 가난한 이유가 있다. 만약 내가 지금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삶과 소비 패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 돈을 아끼고, 어느 곳에 돈을 현명하게 쓰면서 나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는가?’

내가 사모님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돈이 많으니 베풀 수 있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생각 자체가 편견인 것이다. 돈이 많다는 말 이전에 어떻게 돈을 모았을까? 어떻게 경제적 풍요를 이루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집에 돈이 좀 있었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참 안타깝다. 왜냐하면 같은 이유로 가난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생각과 비판적 사고는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정반대의 삶에 나를 머물게 한다.


“그들을 잘 관찰해봐”

처음 아카데미일을 맡았을 때 관장님이 해준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말이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잘 그린 그림을 따라 그려야 하듯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부자를 잘 관찰하고 그들을 따라 하는 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된다.

나는 어떤 부자를 관찰하고 따라 하고 싶은지 오늘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글 | 백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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