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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4. 2021

외로워지는 이유

같은 것을 바라서.


 띠띠띠띠 삐리릭 철커덕 끼익 탁 ······

달칵 달칵 고요를 품은 불 꺼진 집안을 돌아다니며 불을 켭니다.

탁 쏴아 쓱쓱 까득 꼴꼴꼴 꼴깍꼴깍 풀썩 사락. 집은 나의 움직임에 따라 의성 의태어로 채워지는 공간입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이 공간엔 한없는 적막이 내려앉습니다.

그저 온통 내가 내쉬는 숨으로 가득 찹니다.

내가 먹고 놔둔 접시, 벗어둔 옷가지, 뜯지 않은 우편물, 사용하고 나온 쓰레기들은 내 생의 흔적이지만,

이따금은 지친 일상에 푸석해진 내 얼굴처럼 공간도 이렇게 메말라가는 같을 때가 있습니다.


-


혼자이기 때문인 걸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함께이기 때문인 걸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허기진 배를 채울 따뜻한 음식의 마중

수고 많았다는 따뜻한 인사

사소한 일상과 고민거리를 눈 맞추고 귀 기울여 들어줄 거라는 기대.


그저 머물러 주는 곁이 아닌

마음의 허기짐을 채워줄 상대를 바라서.


부딪치는 것 투성이의 습관과 가치관에도

같지 않아서 생겨나는 불편함에도

함께이길 원했던 건

채워지길 바라서.


바라는 것이 그리 다르지 않은

왜 허망하고 고독해지는 걸까요?

그래요. 같은 것을 바라서.

서로 받고 싶어 해서.


언제부터 받고 싶어만 해서.


어느 순간부터 편함이 좋았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조금 지쳤고

그런데 그렇게 노력하는 것을 놓아버리니

편해지는 한편

거리가 생겼습니다.

점차 무관심해졌고

공허해졌습니다.

삶이 점점 삭막해집니다.


일과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도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없는데

씨앗을 심지 않고는 거둘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당연한 걸 자꾸 잊곤 합니다.


-


어느덧 나의 세계가 좁아졌음을 느낍니다.

함께 웃고 떠들던 이들은 각자의 길로 들어서며 만남이 줄었습니다.

깊은 얘기를 나누고도 싶지만, 삶을 버텨내느라 에너지를 다 소모해서인지 할 기력이 없습니다.

자꾸만 철없이 놀던 그때의 얘기가 그리운 건 아마도 아무런 무게 없이 그저 나로 살던 시절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작은 일에도 관계는 크게 틀어집니다.

소모적인 관계는 마음이 허해지고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기엔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이제는 나를 자신의 이용가치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나의 자리가 말할 수 있는 자격조차 상실하게 만드는 세상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


내 곁에 있는 이가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면 좋겠는데

공감이 필요한 순간 외면받게 될 때면

긴밀하게 연결되던 고리가 툭 끊어지는 것 같습니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버텨오다 어렵게 꺼낸 마음이 서운함으로 돌아오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삼켰던 말들이 미움이 됩니다.

쌓았던 마음처럼 날카롭게 변한 말은 입 밖으로 나와 서로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좋은 점들은 익숙해져 일상이 되었고 작은 단점들은 눈에 하나하나 들어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데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순간이 반복되면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만큼 다들 여유가 없어진 건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나누고 싶었던 말은

"나 요즘 정말 힘들어. 네가 나를 위로해 줘" 아니었을까,

"너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고생 많았어. 그래도 우리 조금만 힘내보자."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내 마음만 알아주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는지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려는 노력을 언제 했었는지 돌아보니

지금의 내 삶을 이리 만든 건 어쩜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의 하루도 힘들었지만

나의 눈에 부족할지라도

상대의 수고로움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 상대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위로와 위안이 되어 하루의 마무리가 포근해지도록

바라기만 보다

이젠 다시 심어야겠습니다.

나의 마음에도 상대의 마음에도

꽃 피울 수 있는 씨앗을.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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