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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Aug 10. 2021

대학로 단골 커피가게

그곳에 가면 사랑이 있다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가면
공연 전에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있다. 


유명한 커피 체인점도 많지만 유독 그 커피 가게를 자주 가게 된다. 인테리어가 예쁘거나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커피 맛이 기가 막힌 것도 아니다. 잘생기거나 예쁜 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넓어서 나하나 박혀 있어도 모를 그런 곳도 아니다. 이 커피가게는 주인아주머니가 점원이다. 가게가 작아서 테이블이 고작 네 개뿐이다. 그나마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프라이버시가 전혀 존중 안 되는 곳이다.


그러니 내가 꼭 들으려고 그런 건 아니다. 옆 테이블이 손바닥 두 뼘 정도 거리여서 눈감고 귀 막고 있어도 자연스레 옆자리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어쩌겠는가. 옆 테이블에는 여자를 '누나'라 부르는 청년과, 청년을 '야!'라고 부르는 앳된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누나, 손 예쁘다"
"야, 뭔 수작이야."
"아냐, 수작 부리는 거....."
"그런 말 처음 들어봐"


<중략>


"나 좀 맹해 보이지 않아?"
"아니, 전혀. 왜?"
"친구들이 좀 맹하게 봐"
"전혀, 말하는 게 너무 순진해서 그런 거 아냐?"
"그런가? 난 좀 그런 거 같은데"
"난 그렇다고 생각 안 해봤어" 

 
 


에구, 답답해라.
그냥 누나 좋아한다고 해.
만나자고 그래.ㅎㅎ 

 

손안에 차가운 아이스 라테를 마시지도 못하고 들고선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을 했다. 

그들의 결말은 상상 속에 맡길 일이다. 어쨌거나, 

연극보다 더 연극 같은 두 사람의 설익은 대화가 후텁지근한 한 여름 날씨에 마시는 탄산음료 같았다. 

왜 내 맘이 더 설레었냐면 

그건 사랑아, 네가 이곳에 왔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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