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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Dec 21. 2021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

요양병원에서




열네 번째 이야기









삶이 삐걱거릴 땐 치열하게 사는 타인의 삶에서 방향을 찾게 되기도 한다.


강원도 영동 노인병원에는 90여 명의 환자들이 입원해있다. 

중증환자부터 치매환자까지. 이곳에 들어온 환자들은 상태가 호전되어 나가는 경우가 없다. 

죽음으로 병원생활이 마무리되거나 요양비 부담으로 모셔가는 경우가 아니면.



복순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있는 다른 환자와 다르게 병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른 환자들과 대화도 하고 요양보호사들의 일까지 간섭하는 유쾌한 분이다. 

환자라 하기엔 지나치게 건강해 보이지만 복순 할머니는 치매환자다. 



용호 할아버지는 병원 개원 당시부터 8년째 병원에 계신 터줏대감이시다. 

여기 오기 전 다른 병원 생활까지 합하면 십 년을 꼬박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계신다.

용호 할아버지는 언제쯤 병원을 나가실지 알 수가 없다.



정순 할머니는 흰머리를 곱게 빗어넘기시고 분홍색 블라우스에 고운 조끼를 입고 계셨다.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우리를 찾아오셨다. 

하얗고 뽀얀 아기 같은 피부를 가진 정순 할머니는 젊어 혼자되셨다. 

병원을 들어오셨을 땐 긴 세월 고생이 까맣게 내려앉은 얼굴이셨단다. 

할머니는 병원에 와서 비로소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지난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과

현재를 견디며 사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삶이 버퍼링을 내며 삐그덕거렸던 나는 식사를 하는 환자들과 요양보호사들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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