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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KCHIC Mar 15. 2018

10

<카페에서>

2015, Tailor Coffee, Seogyodong, Seoul



이거, 뭐지.



 당황스럽다. 새벽 두 시에 갑자기 내려와 커피를 주문하더니, 뜬금없이 자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는, 이상한, 낯선 사람. 새벽에 여자 홀로 일함에 대한 동정인가, 위로인가. 그냥 위로라 생각하고 싶다. 아니, 절실하다. 따뜻한 에스프레소가 얼음물 아래로 아지랑이처럼 퍼진다. 이윽고 컵 겉면으로 투명한 이슬들이 맺힌다. 몇몇은 흘러내린다. 얼음이 녹을수록, 에스프레소와 물이 어우러질수록 컵 아래로 물이 흥건히 고인다. 오갈 데 없이 고이는 물이 꼭 내 모습 같아 눈물이 고인다.


 떨어졌다. 이번엔 붙을 줄 알았는데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세상엔 많은 직장이 있고, 그중 내 자리 하나 없을까, 안일했다. 내 자린 결국 스펙 쌓으려 시작했던 24시 카페 새벽 타임 아르바이트뿐일까.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는데, 더 열심히 했어야 했을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아무도 없는데 누가 볼세라 바로 닦는다. 이것이 시발점이었을까. 가슴 한 구석에 박혀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일렁인다. 그리고 코끝으로 옮는다. 맺힌다. 이내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쏟아진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져 앉는다. 카운터 선반을 방패 삼아 숨는다. 숨어 참아왔던 억울함을 쏟아낸다. 소리 없이 다 쏟아내 버린다. 새벽 두 시의 아무도 없는 1층이라 다행이다, 생각했다. 얼음의 형체가 사라져 버린 아메리카노를 남은 울분과 함께 삼킨다. 얼음은 없지만 아직 시원하다. 텁텁했던 하루가 조금은 개운해진, 그런 기분이다.


 새 하루의 두 시간이 반 넘게 지나가고 새벽 세 시가 다가오고 있다. 곧 아침이다. 퇴근하며 맥모닝을 먹어야지, 엄마에게 굿모닝이라 전화해야지. 아무렇지 않게, 짐짓 밝게, good, morning, 이렇게.


#공간그리고사람 #BYPAKC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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