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인데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침에는 영 몸이 무거워서 20분짜리 근력 운동을 하고 나니 기운이 좀 났다. 그 기세로 만들다가 미싱이 고장 나는 바람에 며칠 동안 방치한 바느질 과제를 마무리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말이다. 이후 밥을 먹고, 집을 나서서 카페에 왔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늘 하고 싶은 마감은 2건이다. 2건 다 머리에 둥둥 떠있다. 영 손에 잡히지 않는 글들을 뒤로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이모가 식사를 하고 있어서 껴서 한 끼 얻어먹고 그대로 누웠다. 손가락 까닥하기 힘든 무기력감이 온몸을 감싼다. 도대체.. 나는 이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나아진 게 이 정도 일 것이다. 그나마 겨우 힘내서 빨래를 개서 옷장에 다 넣었고, 지금은 무력하게 누워있지만 분명히 그럼에도 다음날 일어나서 (아마) 꾸역꾸역 마감을 할 것이다. 누워있는 시간들이 마감의 퀄리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뭐라도 되겠지. 아무것도 안되지는 않겠지. 지나가겠지.
그렇지만 믿도 끝도 없이 무기력할 때는, 알면서도,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 어떤 자신도 없어진다.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 문득문득 찾아오는 질문의 소용돌이는 누군가 꺼내주어야만 멈춰진다. 결국 잠에 들었고, 자고 일어나서 짝꿍과 통화하면서 무기력감을 토로하니 그는 응원을 엄청나게 해 주었고, 덕분에 수정안 된 글을 간신히 카페에 업로드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내일 뭐라도 하겠지.
그와 함께 왜 무기력 한가 조금 탐색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웠다. 나의 허접한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고 싫었다. 그래서 있어 보이고 싶고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던 것이다! 그걸 알고 나니까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휴. 억지로 몸을 일으키지 말자고 다짐한다. 무기력을 무기력하게 놓자.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도 괜찮다. 여기에서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