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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Apr 12. 2024

4화 이별편지

알래스카 연어낚시








‘E-mail 보냈어’ 그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 와인을 한잔 가져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첫 문장부터 내 심장은 내려앉았다. [ 네가 감정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메일로 보내. 이젠 나의 인생에 집중하고 싶어. 너와 함께 살면서 많은 것을 희생한 것을 깨달았어. 너는 항상 내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해 준 적이 없어.  너는 항상 너의 일이 일 순위였고 나를 신경 쓴 적도 없었지. 올해 내 생일엔 집에도 없었고 말이야. 도대체 남자랑 동거하면서 왜 결혼이나 아이생각이 없는 거야?  특히 너처럼 돈으로 사랑을 사는 행동은 남성성을 죽이는 짓이야! 이건 이모가 한 말이야. 기쁜 소식이 있어. 너와 함께하면서 힘들던 나를 위해 하늘에서 선물을 내려주셨어. 온전히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고 우린 약혼도 했어. 그녀는 내 가족이 원하는 아이도 가졌어. 네가 나를 사랑했다면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겠지. 나 대신 선택한 너의 일자리를 잘 유지하기 바라. 어차피 나보다 적은 연봉으로 허덕이며 평생을 살아갈 테지만 말이야. 내 짐 잘 보관해. 한 번에 모든 짐을 가지고 갈 수 없으니깐 정리를 잘해서 아래주소로 보내] 주소를 가만히 보니 그의 사촌의 주소이다. 그가 사촌이사는 지역으로 간 것일까? 사촌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열었다. 페이스북을 안 쓴다던 남자친구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그의 일자리가 업데이트돼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었다. 친구목록을 보니 내가 모르는 여자사진으로 빼곡하다. 메인페이지에는 약혼했다는 이벤트페이지가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되게 어린 여자가 조금 나온 배를 잡고 찍은 사진과 화상통화로 기뻐하는 그의 사진이 연달아 올라와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그의 수염은 말끔히 밀려져 있었고 그가 매일 입던 리바이스 청바지가 아닌 베이지색의 면바지에 벨트차림이었다. 순간 이 남자가 같은 남자인가 혼란스러웠다. 불행히도 분명히 그였다. 사진아래엔 가족들이 축복과 행복을 비는 댓글로 가득했다. ‘진짜 짝을 찾아서 다행이야' ‘드디어 손자가 생기는구나’ ‘존중과 행복, 신성한 가족이 되길' '대를 이어줘서 고맙다' 그들은 정말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것일까? 혼자서는 샌드위치 하나 안 만들어먹던 남자였다. 나와 같이 살면서 음식도 혼자서 만들어먹고 집안일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청소를 가르쳤다. 어른아이라고 생각될 만큼 생활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그에게 나는 관대했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일하고 온날도  배고프다며 나에게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언제나 그가 원하는 메뉴로 저녁을 만들고 즐거운 식사를 하며 나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던 그였다.  매년 그의 생일은 그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선물로 채워졌다. 단 한번 올해 그의 생일날에 일 때문에 같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생일 전날 그가 원하는 선물을 했고 작게나마 파티를 열었다. 이에 성이 안 찬다며 내 신용카드를 들고나가 밤새 놀다 퇴근하는 나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이런 것까지 밝히고 싶지 않지만 취업하면 갚겠다고 빌려간 돈은 $10,000이 넘는다. 어떻게 사람이 돼서 고마운 것이 하나도 없을까? 끝까지 내 탓을 하며 바람피운 자신을 합리화하는구나. 언제나 그를 위하고 원하는 것에 내 인생의 초점을 맞추고 살았다. 끝까지 내가 부족하고 자신에게 못 한 것들만 말할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분노가 들끓어서 답장을 할까 하다가 포기하고 와인병을 가져왔다.



‘미끼는 필요 없어’ 남자가 소녀에게 손사래를 친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잡히는걸 ‘ ‘목적이 분명한 물고기는 여기로 오게 되어있어. 미끼도 필요 없지, 괜히 미끼를 낭비하지 마 필요한 곳에 써야 진정한 사냥꾼이지’ 우리 가족의 전통중하나는 연어낚시이다.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연어가 많이 없다. ‘뭐야 왜 이렇게 물고기가 없어 아빠?’ 덥수룩한 수염이 쑤욱 올라가며 웃는다. ‘연어가 왜 여기로 오는 줄 아니?’ ‘먹이를 먹으려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란다.’ ‘왜? 살던 곳에서 새끼를 낳으면 안 돼?’ ‘숙명이지, 태어나고 강에서 바다로 큰 물로 흘러가 살지만 결국은 태어난 곳을 찾게 된단다.’ ‘왜' ‘태어난 곳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니깐 다시 돌아오는 거야' ‘이곳도 그렇게 안전하진 않은 거 같은데' ‘곰이나 새, 인간까지 사냥하러 오잖아.’ ‘어차피 삶은 시련의 연속이야, 그것을 극복한 생명체만이 큰 바다로 흘러들어 가서 살아남는 거란다.’ ‘그럼 잡혀서 잡아먹히는 애들은 불쌍하잖아’ ‘극복하지 못한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에게 삶을 연명할 에너지를 나눠주는 거야 순환이지.’ ‘순환?’ 남자가 건네는 낚시용 바지를 입는다. 남자는 낚싯대를 들고 물안으로 들어간다. 여러 번 원을 그리던 낚싯줄이 강 중앙에 꽂힌다.  소녀도 물안에 들어간다. 어설프게 원을 그리다 가까운 곳에 꽂힌다. ‘괜찮아, 다시 해봐’ 야심 찬 표정으로 여러 번 원을 그리고 강 중앙에  던진다. ‘그다음엔?’ ‘기다려야지’ 잠잠한 물결사이로 찌가 톡톡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급히 당겨들은 낚싯대엔 연어가 없다. ‘에잇’ 신경질적인 소녀를 바라본다.  ‘기다려야지’ ‘ 기다렸어’ ‘진짜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언제까지?’ ‘스친다고 당기면 안 돼, 정확히 걸렸을 때 당겨야지’ 고요한 강가의 소리가 잔잔하다. 주위는 어두워지며 태양이 물속으로 가만히 가라앉는다.  확!  소녀가 몸집만 한 연어를 당기고 남자는 급히 망에 담는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연어가 구워진다. ‘맛있다’ ‘그렇지?’ ‘미끼를 뿌리면 더 많이 오지 않을까?’ 남자를 설득하고 싶은 소녀다. 안색이 안 좋아진 남자는 말한다.  ‘필요 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아야지’ ‘왜?’ ‘에너지는 너란다. 그건 네가 살아가는 힘이기도 해, 남들이 원한다고 마구 써버리면 너에게 안 좋아’ ‘무슨 말이야?’ ‘그러게 왜 너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써버렸니? 너를 이용하게 두는 것도 결국은 네 잘못이야’ ‘아… 빠' 남자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며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화들짝!! 잠에서 깬 여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와인병을 비워져 있었다. 옆에 세워진 샷건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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