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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레트 Nov 16. 2022

존재하는 모든 색깔인 너에게

수아에게 엄마가

어릴 때 좋아하던 색깔

아빠에게 받은 노란 프리지어 꽃다발

내 생일에 피는 꽃     


너의 첫 번째 생일

프리지어의 계절은 지나갔지만     


너의 모자 색깔

어머니 손에 들린 노란 꽃다발

길가에 핀 꽃     


내 마음에 가득 찬

노란색의 주인공이었던 너에게


너를 생각하면 너무 아파서

너무 잊으려 하는 건 아닐까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너이지만

눈과 손이 많이 가는 너일텐데

눈과 손이 자꾸 허공을 찔러     


애타고 시린 마음을 마주하면

너무 모르는 척 살아가려던 건 아닐까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너이지만

세상 모든 것이 가리키는 너일텐데

이름을 써야만 존재가 있어     


이름을 쓰고 존재를 확인하면

시간이 더디고 괴로우면서

덧없이 빠르다고 깨닫고

시도 편지도 되지 못하는 글은

다시 쓸수록 그리우면서

흐르는 눈물 때문이라 여기고     


한 자 한 자 꾹 꾹

마음 대신 써 내려간다     


아가

사랑하는 우리 아가

너의 태명은 소망이었는데

삶에 소망이 사라졌으니

이제 무엇을 소망하며 살아야 할까     


너를 꼭 다시 만나

못다 한 이야기

못 해준 사랑도

모두 전하고 싶은데

너는 무사히

슬픔도 아픔도

그리움도 없는 곳에

웃으며 지내고 있을까     


훗날 네옆에 묻힐 때

비로소 그때야

너를 안아줄 수 있을까

마침내 그날에야

너의 미소를 바라볼 수 있을까     


수아야

엄마에게 너는

하늘의 구름

바다의 물결

오름의 길

빛의 색

계절마다 오는 꽃이란다     


엄마에게 아이는

모두 그런 존재

너는 더욱 가슴 깊이

마음속 가장 깊숙하게 존재할 거야

가족임을 증명하는 종이에

네 이름 세 글자가 가려졌지만

평생 엄마의 둘째 딸 한수아로

시간 속 모든 순간에 존재할 거야     


내 마음에 가득 찬

노란색의 주인공이었던 너는

세상을 그리는

모든 색깔이 되어

좋아하던 인형

춤추던 노래

흐르는 글

달콤한 간식 속에 존재한단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서

감각 없는 네 손을 놓치지 않으려

힘겹게 써 내려간다     


사랑해 수아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사랑해 수아야

너무 보고 싶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꼭 꼭 잘 지내고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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