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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Jul 12. 2024

팜유가 건강에 나쁘다던데

보통 팜유를 건강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튀김’, ‘라면’, ‘과자’, ‘살찌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예능에서 말하는 ‘팜유남매’, ‘팜유라인’처럼 ‘팜유’로 만드는 대중적 이미지를 볼 때마다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팜유와 건강에 대해 의학적으로 따지다 보면, 학자들마다, 의사들마다 이야기가 다 다릅니다. 예전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팜 컨퍼런스(PIPOC)에 참석했을 때는 오히려 팜유가 건강에 좋고, 놀라운 효능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보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팜유가 몸에 좋은 카로틴이 높은 식용유로 인식돼, 때로는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상태(레드팜오일)로 섭취되기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카로틴과 관련해서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면, 팜원유(CPO)의 품질은 크게 3가지 지표로 측정을 합니다. 거래를 할 때 항상 전용 연구실에서 품질을 측정하고, 이것이 가격 프리미엄이나 페널티로 이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영역입니다.


팜원유의 좋은 품질을 나타내는 지표 3가지는 유리지방산(FFA, Free Fatty Acid)의 비율, 수분과 불순물(Moisture & Impurities), 그리고 색깔(DOBI, Deterioration of Beleachability Index)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하고 많이 쓰이는 지표는 첫 번째 지표인 유리지방산(FFA)의 비율입니다. 좋은 팜유는 유리지방산의 비율이 낮은데, 유리지방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산패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지표인 수분과 불순물 역시 낮을수록 좋습니다.


팜원유 품질 지표 중 세 번째 지표인 색깔(DOBI)은 더 투명하고 선명한 붉은빛을 띨수록 더 높은 품질로 인식이 되는데, 이 이유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카로틴에 있습니다. 색깔이 붉은 팜원유는 그만큼 카로틴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카로틴은 유리지방산(FFA)의 비율이 오르는 것을 막아주며 산패를 늦추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카로틴 함량이 낮은 팜유는 산패가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당근이 사람 몸에 좋은 이유가 바로 이 카로틴 함량이 높아서라고 하는데, 카로틴은 사람 몸에도 좋지만 팜열매의 품질도 좋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식용유로 정제된 팜유는 정제 과정에서 표백(Bleach)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품질이 좋더라도 색이 팜원유처럼 붉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상 레드팜오일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으니, 다시 일반적인 팜유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대중적으로 팜유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바로 ‘팜유에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출처: 유럽식품정보위원회(EUFIC)


위의 그래프를 보면 식물성 유지별 포화지방 비율이 나타나 있습니다. 주황색인 saturated가 포화지방인데, 팜유, 버터, 야자유의 포화지방 비율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죠. 몸에 좋다고 알려진, 왠지 약국 영양제 광고에서 많이 본 듯한 오메가-6, 오메가-3와 같은 성분들은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는데, 팜유, 버터, 야자유 모두 이 성분 비중이 낮다고 돼 있습니다. 노란색 monounsaturated라고 표시된 단일불포화지방산도 콜레스테롤을 개선하는 좋은 지방산으로 알려져 있고, 팜유에도 많이 포함돼 있지만, 비율로 보았을 때에는 주황색인 포화지방보다는 낮습니다.


팜유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몸에 좋다, 나쁘다는 의견 역시 학자나 의사들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띤다

2)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경우 몸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포화지방과 대조되는 불포화지방 중에는 우리 몸에서 자연 합성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영양소인 오메가-6, 오메가-3와 같은 ‘필수지방산’이 많이 알려지면서, 결국


몸에 나쁜 포화지방 vs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


으로 인식이 갈리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포화지방도 장점이 있는데, 산소를 만나면 쉽게 산패되는 불포화지방에 비해, 포화지방은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오랜 시간 보관이 용이합니다. 라면이나 과자의 유통기한이 길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불포화지방의 산패를 방지하고 보관을 길게 하기 위해 가공한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보다 몸에 훨씬 더 나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무조건 팜유가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요리 용도에 맞는 식용유가 무엇 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물성 유지는 제각각 다른 발연점(Smoke Point)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연점은 말 그대로 연기가 나게 되는 시점(온도)을 말하는데, 식용유를 사용한 요리를 하면서 발연점 이상까지 온도를 높이게 되면 연기가 나면서 탄 맛도 나고, 건강도 해치게 됩니다.


팜유는 발연점이 높아서 높은 온도에서 요리하는 튀김 요리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과자나 라면에 팜유가 많이 쓰이는 것인데요. 인도네시아처럼 팜유를 많이 쓰는 나라에서는 치킨도 팜유로 많이 튀깁니다. 반면, 우리가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 올리브유의 경우 발연점이 낮은 편이라, 온도를 높여 조리하기보다는 샐러드드레싱이나 집에서 간단한 볶음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좋다" 혹은 "팜유는 나쁘고 올리브유는 좋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음식의 종류와 상황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로울 것니다.


(출처: Grate B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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