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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

저 바다에 뜨는 해처럼. 바닷가에서

by John 강

3일차


저 바다에 뜨는 해처럼. 바닷가에서



새벽 4시 반. 저절로 눈이 떠진다. 커튼을 연다. 해가 뜨지 않아 아직 밖은 어둡다. 해 뜨는 거나 보러 갈까? 거울도 보지 않은 채 호텔을 나선다. 호텔에서 해변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골목을 한번, 두 번 꺾고 직진해서 가면 되기에 핸드폰 네비게이션도 필요가 없다. 해가 뜨기도 전인데 해변이 붐빈다. 여름철 해운대 백사장처럼 술 마시는 사람들로 분비는 게 아닌 캘리포니아 해변에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물론 아직 캘리포니아는 가본 적이 없다.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해변을 뛰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20대 젊은 사람들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어떤 부부는 새벽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긴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쪽 편에서 모여앉아 명상음악을 틀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진다. 그 사람들을 지나 더 멀리 바라보면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명상하는 이들도 보인다.


중학교 1학년 때 단전호흡에서 명상을 배운적이있다. 명상을 하고나면 멍하니 머릿속에 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수십 년 만에 명상이 하고 싶어졌다.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파도가 철썩하며 무너지는 소리가 밀가루 반죽을 할 때 휘핑기와 쇠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들린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면 오늘은 장사가 잘 될까. 반죽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끝없는 의구심에 머리가 복잡했는데. 아 잡념이다.


생각을 비우자.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숨을 내뱉으며 다시 명상에 잠긴다. 철썩 소리가 들려온다. 머릿속에 생각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감은 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살며시 눈을 뜨니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이 해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어둠을 달리던 사람들이 붉은빛에 물들자 예술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명상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밝은 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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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빛나는 날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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