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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

베트남 인스타 맛집 vs 멋집.

by John 강

3일차


베트남 인스타 맛집 vs 멋집.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퍼거슨 경은 말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나는 말한다. 맛집 탐방에서 SNS는 낭만의 낭비다. 맛집을 가는 것도, 실패해서 입맛을 버리는 것도 여행이자 낭만이다. 물론 2박 3일처럼 짧게 여행할 땐 검증된 식당만 돌아다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 같은 한 달짜리 장기여행자는 아무데나 가보는 거다. 그래서 내가 갈 곳은 한국어로 전혀 정보가 없는, 지난번 호치민 가는 버스를 예매한 곳 근처에 있는 돼지 내장 구이 전문점이다.

베트남어로 검색해보니, 돼지 내장 구이보다는 개구리 구이가 유명한 것 같다, 하지만 개구리는 딱히 끌리지 않는다. 못 먹는 건 아니다. 어릴 때 시골 살면서 개구리도 구워 먹고 메뚜기도 튀겨 먹었다. 아,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 그러니깐 IMF 이전에 예식장 뷔페에 가면 간혹 메뚜기 튀김이 나오는 곳이 있었다. 잡설을 각설하고.

굳이 그리 먼 곳을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땀을 쫙~ 빼고 마시는 맥주의 쾌감을 얻기 위해서다. 저녁 6시쯤 숙소를 나선다. 아침 겸 점심으로 쌀국수 한 그릇만 먹은 상태라 배가 등가죽에 붙을 것 같다. 20분쯤 걸으니 땀이 비 오듯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이다.


더 빠르게 걷는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지만, 배에 힘을 꽉 주고 걷는다. 땀방울이 흘러 흘러 신발 뒤꿈치에 닿았을 때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땀이 눈을 가려 식당 간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근처에 식당은 이곳뿐이다. 자리에 들어가서 영어로 주문하니 모두가 쳐다본다. 아차 싶다. 메뉴판을 보면서 손짓 발짓을 이용해 다시 주문한다. 물론 제일 마지막에 Beer를 강조했다.


20231123_203757.jpg 저 빈자리는 잠시후 꽉 찼다.


맥주가 먼저 나왔다. 참을 수 없는 갈증에 맥주캔을 따자마자 한 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손을 흔들며 맥주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종업원이 작은 바구니에 물과 얼음을 채운 후 맥주 6캔을 넣어 갖다 줬다. 마치 여름에 계곡에 가서 물에 담궈 놓고 마시는 맥주 같았다.


맥주를 홀짝거리며 음식을 기다린다. 안주 없이 한 캔을 마저 더 비웠을 때, 안주가 아니, 음식이 나왔다. 겉에 묻은 양념의 색깔로 봤을 때. 간장에 설탕을 섞은 소스를 바르면서 숯불에 구운 색상이다. 한마디로 맛있을 수밖에 없는 색깔이다.


20231123_204542.jpg 노란색...


첫입은 맛있었다. 숯 향에, 단짠단짠한 소스에. 하지만 씹을수록 쓴맛이 올라왔다. 내장을 까뒤집어 보니 안쪽이 노랗다. 내장 손질이 엉망이다. 짜증이 올라온다. 정말 싼 가격이었지만 돈이 아까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지?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인스타그램을 열고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해 가게를 검색한다. 한국어로도 안 뜨고 영어로도 없다. 하지만. 중국어로 검색하니 게시물이 쏟아진다.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SNS 맛집이었나? SNS로 맛집 찾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SNS 맛집을 거르기 위해서 SNS를 해야 할 것 같다. 쓰디쓴 내장을 뒤로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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