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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그 신선한 충격, 그리고 커피 쓰어.

by John 강

4일차


볶음밥 그 신선한 충격, 그리고 커피 쓰어.


베트남 4일 차다. 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밥을 못 먹었다. 내장죽은 맛있었지만, 간단하게 맛만 본 정도였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호텔 근처 식당들을 검색해보는데, 마침 인생 맛집으로 꼽았던, Nguyen dat이 운영 중으로 뜬다. 고민 없이 일단 가본다.


서빙을 하는 젊은 남자 직원이(통성명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아버지가 사장이자 주방장이며, 아들이 서빙을 한다) 웃으면서 맥주 드릴까요? 하는 농담과 메뉴판을 건넨다. 메뉴판을 받으며 맥주도 킵이 되냐는 썰렁한 농담으로 받아친다.


쌀국수와 맨밥 조합과 볶음밥에 라면 조합을 잠시 고민했는데, 볶음 요리를 잘하니 오늘은 볶음밥을 먹자. 볶음밥과 계란라면을 시킨다. 아침부터 거리를 바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멍하니 있다 보니 라면이 먼저 나왔다. 라면에 계란 푼 걸 생각했는데, 계란탕에 베트남식 라면 면을 넣어준 맛이다. 맛의 존재 여부를 물어보면 맛있다고 답해 줄 순 있는데, 글쎄,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때 볶음밥이 나왔다. 깜짝 놀랐다.


20231124_091529.jpg 라면과 볶음밥. 소개를 까먹었는데, 이 식당은 디저트로 과일을 준다.


서빙되어 오는 볶음밥은 자체발광하며 자신이 얼마나 고슬고슬하게 잘 볶였는지 뽐낸다. 식탁위에 도착한 볶음밥은 눈으로만 봐도 맛있다.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크게 한술 뜬 후, 숟가락을 살살 흔들어 밥풀을 그릇 위에 떨어뜨려 본다. 밥알이 한알씩 떨어진다. 수분 없이 제대로 볶였다.


볶음밥을 입에 넣으니 버터 향이 솔솔 올라온다. 적당히 짠맛과 밥을 씹었을 때의 탄력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요리왕 비룡이란 만화에, 식욕을 잃은 관리가 매실 장아찌를 먹고 식욕이 돌아와 그릇을 통째로 흡입하는 장면이 있다. 내가 그랬다.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숟가락을 그릇에 있는 밥을 쓸어서 입에 넣는 용도로 사용했다. 식사는 순식간에 끝났다. 아쉬움은 남지만, 또 먹을 수 있기에 아쉬움도 자리에 놓고 일어선다.


아침에 너무 맛있는 걸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호텔에 들어가기 아쉽다. 길거리에 작은 의자를 놓고 커피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보인다. 갑자기 커피가 끌린다. 하지만, MBTI 가 I인 나는 그런 자리에 끼지 못하고, 조금 가격이 있어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쓰어를 시킨다. 그런데, 가격이 노점상과 차이가 없다. 조금 의아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쪼그려서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가 보다 하며 넘긴다.


20231124_130214.jpg 커피쓰어. 진한 커피향이 올라온다.


잔으로 드립퍼를 받힌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커피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데, 가만히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간다. 커피잔에 커피가 가득 차면 드리퍼를 치우고, 커피잔 밑에 깔린 연유를 잘 휘저어 섞어 마신다. 고작 1,300원짜리 커피가 너무 맛있다. 조용히 커피를 음미하며 눈을 감는다. 식사부터 커피까지 완벽한 아침이다. 이게 베트남의 매력인가?


20231124_125623.jpg 편하게 앉아서 먹는 카페는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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