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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Jul 14.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현장 가는 길.

    현장 가는 길.     


사무실에 내 일이 없다.

잘리기 전에 할 일을 찾으러 내일 현장으로 떠난다.     

현장 소장님께 드릴 뇌물은 한국 소주 3병.

한 병에 만원이다.


수입규제 때문에 돈 주고도 못 구하는 한국 소주.

뇌물로 충분하다.     


토요일 퇴근 후 회사 차를 타고 떠난다.


요금소 입구를 지나며 사라져버린 도시 숲.

울창한 팜나무와 짖다 만 건물들이 도시 숲을 대신한다.     


공장이 하나둘 보이자 차는 요금소를 빠져나간다.

폐건물을 끼고 한 바퀴 돌고.

또 다른 폐건물을 지나서 직진하면 숙소가 나온다.     


토요일에도 현장에 나간 소장님들.

젊은 가정부가 나를 맞이한다.     

내방은 싱글 침대 하나 있는 쪽방.

내방 앞 화장실에는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흙탕물이 안 나오는 것에 만족한다.     

찬물로 샤워하고 소장님을 기다린다.


저녁 6시. 소장님이 퇴근하셨다.     


현장에서 검게 그을린얼굴.

햇빛에 빛바랜 옷들.

낡은 안전화.

새것이라고는 담배와 라이터뿐인 소장님이다.     


소장님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속 알록달록한 과일 소주 3병.     


“사람이 왔으면 축하는 해줘야지. 소주가 이것밖에 없네.”     


내가 사 온 초록 뚜껑의 소주를 보자 미소를 지으신다.     


“넌 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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