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망하고 떠난 여행 (150만 원으로 화려한 한 달 살기)
여행의 시작
0일 차
세무서에 식당 폐업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아진다.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후 벌써 두 번째 폐업 신고다. 첫 번째는 스마트 스토어였고, 두 번째가 식당이었다. 두 번의 실패는 젊음과 맞바꾼 종잣돈을 바닥내기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넘치는 실패는 내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을 박살 내 버렸다. 무기력함과 패배의식이 나를 찾아오려 한다.
'안될 것 같은데'. '해봤자'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언제부턴가 습관처럼 입안에 맴돈다. 큰일이다. 부정적 생각을 떨쳐내려 하지만, 스마트 스토어에서 팔고 남은 물건들, 식당 주방에서 쓰던 주방용품들이 집안에 가득하다. 실패의 잔재들이 점령한 이곳을 벗어나야 살 수가 있다.
여행을 떠나자. 적어도 한 달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곳저곳에 있는 잔돈을 모두 긁어모은다. 그리고 이런저런 위약금과 고정지출 비용을 빼놓고 보니 딱 150만 원이 남는다.
150만 원. 한 달 살기에 넉넉한 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돈도 아니다. 저렴한 항공권과 가성비 좋은 숙소만 있다면, 한 달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돈이다.
한 달 살기를 어디서 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태국 치앙마이였다. 하지만, 11월부터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숙박비가 말도 안 되게 올랐다. 호텔 가격은 오르고 에어비앤비에는 가성비 떨어지는 집들만 남아있다. 심지어 항공권 가격도 최소 왕복 50만 원을 넘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올라버린 항공권 가격에 '안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입에 맴돌기 시작한다. 안돼! 하는 간절한 한마디를 외침과 동시에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치앙마이가 아니더라도 가면 된다. 지금부터 찾으면 된다. 나는 할 수 있다.
스카이 스캐너로 나라를 바꾸고, 도시를 바꾸고, 일정도 하루 단위로 바꾸면서 한 시간 넘게 뒤진 결과 나트랑 왕복 25만 원짜리 항공권을 발견했다. 수화물 없이 부산에서 나트랑 직항으로 왕복 25만 원. 입국과 출국 사이의 기간도 딱 한 달이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치 여행을 오라며 나트랑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듯했다. 물론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 출발 일자가 11월 21일. 그러니까 바로 내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14시간 뒤에 김해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도 항공권 해결한 게 어디인가. 이제는 숙소가 문제다.
호텔을 예약하기에 앞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얼마짜리 호텔을 잡아야 하지? 그전에, 내가 하루에 얼마씩 쓸 수 있지? 그리고 코골이가 심하니 게스트하우스 가면 민폐겠지? 천천히 내가 던진 물음에 답을 찾는다.
얼마를 쓸 수 있는지 알려면 필수경비를 제하면 된다. 일단 소소하게 면세점에서 아버지 선물로 사 갈 면세담배 한 보루부터 시작해서, 현지 유심, 여행자 보험. 그리고 베트남 간 김에 호치민에서 일하는 동생 얼굴도 한번 보고 싶다. 나트랑에서 호치민 가는 왕복 교통비도 필수경비에 추가한다.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25만원 정도 나왔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비상금으로 10만 원도 빼놓는다.
이것저것 제외하고 나니 예산으로 90만 원이 남는다. 30일 동안 하루 3만 원으로 숙소를 잡고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숙소는 하루 2만 원 이하, 식비는 하루 만원으로 잡으면 될 것 같다. 냐짱 호텔 정보를 모르니, 우선 급한 대로 짐을 먼저 싼 후 공항에서 호텔을 검색하기로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궁상맞은 여행이 될지 아니면 낭만 넘치는 여행이 될지는 이제부터 모두 나에게 달려있다.